부산, WDC 2028 지정… 일상에서 세계로 도약하는 도시브랜드

입력 2025-09-11 02:14
지난해 11월 부산 해운대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린 ‘2024 부산 세계도시브랜드포럼’ 개회식 모습. 오는 24~25일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5 세계 도시브랜드 포럼’은 페스티벌 시월과 연계해 진행되며, 공간 브랜드 전략과 문화콘텐츠의 힘을 국내외 전문가들이 공유한다. 부산을 세계적 문화 브랜드 도시로 도약시키기 위한 로드맵도 제시될 예정이다. 국민일보DB

“도시의 인상이 시민의 일상을 바꾼다.”

부산이 ‘세계디자인수도(WDC) 2028’에 지정되며 도시브랜드 전략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해부터 추진해 온 생활밀착형 도시브랜드 전략이 시민 곁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들로 차곡차곡 쌓이면서 마침내 WDC 2028 지정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부산이 글로벌 도시브랜드의 새로운 무대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상 속 도시브랜드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도시브랜드를 시민이 직접 경험하도록 만드는 생활형 사업을 펼쳤다. 청년층을 겨냥해 커피전문점 컵홀더에 ‘부산 이즈 굿(Busan is good)’ 슬로건을 담아 일상용품이 곧 홍보 매체가 되도록 했고, 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창작대회를 열어 미래세대가 직접 도시브랜드를 표현하도록 했다. 수상작은 전시회를 통해 시민과 공유돼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끌어냈다.

국내외 관광객이 진입하는 관문 지역에도 브랜드 정체성을 입혔다. 김해국제공항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에는 전용 패턴과 캐릭터 디자인이 랩핑돼 방문객에게 부산의 첫인상을 각인시켰다. 부산역과 주요 도심 가로등 깃발 광고에도 새로운 도시브랜드가 적용돼 시민의 눈높이에서 도시 경관을 바꿨다.

무엇보다 이러한 생활 속 실험은 시민들의 참여와 체감으로 이어졌다. 시 관계자는 “브랜드는 로고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에서 체험될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며 “작은 변화가 모여 도시의 인상을 바꾸고, 결국 시민의 일상 자체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샵, 부산의 얼굴이 되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부산 브랜드샵(Big Shop)’은 이러한 생활형 전략을 집대성한 공간이다. 광복동 옛 우체국 건물을 리모델링한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니라 부산만의 정체성을 굿즈로 소비·체험할 수 있는 장소다. 1층 팝업스토어와 2층 굿즈숍에서는 지역기업과 협업해 만든 제품이 선보였고, 브랜드 파트너스로 참여한 28개 기업은 부산 고유의 가치가 담긴 협업 상품을 내놨다. 굿즈 디자인 공모전에는 전국에서 146점이 접수돼 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브랜드샵은 단순한 체험 공간을 넘어 부산의 얼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고미진 미래디자인본부장은 “브랜드샵은 부산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 부산을 대표하는 브랜드 그 자체가 될 수 있도록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로 확장
토마스 가비 세계디자인기구(WDO) 회장과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해 포럼에서 환담하는 모습. 국민일보DB

부산은 생활 속 실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도시브랜드 전략을 구체화해왔다.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열린 세계 도시브랜드 포럼(WCBF)에는 세계적인 도시브랜드 석학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사이먼 안홀트, 토마스 가비 세계디자인기구(WDO) 회장, iF 디자인 어워드 우베 크레머링 회장 등이 연단에 올랐고, 포르투·싱가포르·고베 등 도시의 성공 사례도 공유됐다.

이 같은 교류는 부산의 준비도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특히 지난해 포럼에 참석한 가비 회장 등 WDO 관계자들이 부산의 도시디자인 역량과 시민 참여형 전략에 주목한 것은 WDC 2028 지정 과정에서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는 올해 도시브랜드 전략을 한층 진화시킨다. 지난 3월 브랜드샵 개소 100일 기념 팝업 행사에는 3250명이 다녀갔고, 27개 기업이 브랜드 파트너스로 선정돼 상품·콘텐츠 개발에 들어갔다. 여름에는 팝업스토어 운영을 확대해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반영한다.

오는 24~25일 이틀간 벡스코에서는 페스티벌 시월과 연계한 ‘2025 세계 도시브랜드 포럼’이 열린다. ‘도시, 공간이 되다’ ‘도시, 콘텐츠가 되다’라는 두 축을 바탕으로 세계은행·오사카·서울 디자인 전문가와 함께 공간 브랜드 전략을 논하고, 에든버러·오스틴·상하이 등 글로벌 축제 전문가들이 문화콘텐츠의 힘을 공유한다. 부산을 세계적인 문화 브랜드 도시로 끌어올리기 위한 실천 로드맵이 제시될 예정이다.

또 올해는 전용 서체 개발에도 착수한다. 2010년 개발된 기존 부산체의 가독성과 초성 사용 한계를 보완해 글로벌 환경에 맞는 도시브랜드 서체를 10개월간 개발한다. 시민 참여를 통해 확산을 꾀하고, 다양한 공공·민간 영역에서 활용해 일관된 도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WDC 2028, 새로운 출발선

박형준 부산시장은 1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WDO 총회에서 ‘2028 세계디자인수도(WDC) 부산 지정’ 수락 연설을 했다. 그는 “포용과 참여를 기반으로 시민과 학계·산업계가 함께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해 부산을 글로벌 디자인 허브로 키워가겠다”고 밝혔다. WDC 지정 이후 부산이 세계 앞에서 공식 비전을 밝힌 첫 자리로, 국제사회에 부산의 의지를 천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생활형·글로벌형 전략이 WDC 2028과 맞물리며 부산을 산업도시에서 브랜드 도시로 탈바꿈시킬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이 2010년 WDC 지정 후 브랜드 가치를 8900억원 이상 끌어올린 것처럼 부산도 생활 속 경험과 글로벌 전략을 통해 시민 삶의 질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국제적 위상 강화까지 이끌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고 본부장은 “도시브랜드 전략은 경관 개선을 넘어 산업 구조 고도화와 연관 산업의 동반 성장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WDC 2028을 계기로 부산은 브랜드 가치와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것은 물론, 시민들의 디자인 이해와 공감대를 넓히고, 문화·관광 활성화까지 연결되는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