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핵전력의 약점으로 평가되는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전 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체 ICBM 전력을 완성하면 중국·러시아와 핵전략을 공유하는 범위를 넓히고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북한은 신형 고체 ICBM인 ‘화성-20형’을 이르면 올해 안에 시험발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중앙통신은 9일 미사일총국이 전날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이용한 대출력 고체 발동기(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또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화성-20형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섬유 고체엔진 시험을 직접 참관했다. 통신은 개발 공정에서의 마지막 시험이라며 발동기 최대 추진력이 1971킬로뉴턴(kN)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고체 ICBM 기술이 초기 실증 단계를 넘어 위협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진단한다. 화성-20형에서 탄소복합소재 기술을 적용한 고체연료 엔진이 확인됐다는 평가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화성-20형의 추진력은 200톤포스(tf·200톤을 밀어올리는 추력)로 2023년 화성-18형의 140tf에서 급성장한 것”이라며 “북한 고체 ICBM 기술이 우리 예측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도 “북한의 고체 ICBM 기술은 이미 완전한 도약 수준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은 조만간 성능 검증을 위한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음 달 10일 당 창건 80주년 전후일 가능성이 크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신형 ICBM을 공개하면 통상 1년 이내 시험발사에 나섰다”며 “이르면 올해 말 화성-20형 시험발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ICBM 연료 전환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언제든 기습 타격할 수 있는 안정적인 핵전력을 갖추기 위해서다. 북한으로선 한·미 군사 동맹의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제2격용’ ICBM이 필요하다. 고체 ICBM은 발사 직전 연료 주입에 2~3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액체 ICBM과 달리 이미 고체형 연료가 장착돼 있다.
핵 강국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다탄두 각개 목표 설정 재돌입체(MIRV)’를 다량 탑재하는 것이 북한의 최종 목표다. MIRV는 탄두의 경량화, 궤적의 정밀한 제어, 다탄두 분리 능력이 필수적이어서 매우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북한은 2024년 4월 최초 고체 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한 뒤 지난해 10월 화성-19형을 재차 시험발사했다. 이후 1년도 채 되지 않아 MIRV 탑재를 목표로 추력을 강화한 화성-20형을 공개했다. 권 교수는 “화성-18·19형은 탑재 가능한 탄두 수가 3~5개로 예상되지만 화성-20형은 5개 이상 탄두가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