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한국교회가 시니어·장애인 소외 극복 나서야

입력 2025-09-10 03:04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HTSN) 디지털 목회와 선교 콘퍼런스 참석자들이 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 50주년기념관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기술을 활용해 고령 세대(시니어)와 장애인을 위한 효과적인 목회·선교 사역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간기술공생네트워크(HTSN·이사장 손신철 목사)는 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 50주년기념관에서 ‘제2회 디지털 목회와 선교 콘퍼런스’를 열었다.

콘퍼런스에서는 시니어와 장애인이 디지털 환경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 대안과 함께 한국교회가 돌봄과 상생의 가치 안에서 그들이 존엄한 삶을 누리도록 돕는 방안이 제시됐다. 강연은 물론 실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업체들의 설명을 통해 현장 적용 방법도 나눴다.

윤영훈 성결대 교수는 주제강연에서 시니어 성도를 교회의 중요 성장동력으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시니어 목회는 단지 건강이나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역까지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교회가 시니어 성도의 다양한 필요에 맞춘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들을 위한 친교공동체를 마련해야 한다”며 “교회에서 소외되는 시니어가 없도록 육체적 경제적 정서적 돌봄 복지를 더욱 체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우 강남대 교수는 ‘배리어프리 교회(무장애 교회)’로의 전환이 인공지능(AI) 시대 장애인 목회의 핵심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교회가 장애인 성도를 위해 첨단기술을 응용한 교재를 만드는 등 그들이 영성 체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이 동년배 비장애인과 더불어 예배하고 신앙교육을 받으며 교제하게 해야 한다”며 “장애인을 부족과 결핍의 존재로 보지 말고 그들이 직접 교회 정책 입안부터 시행까지 참여하는 ‘당사자 중심의 복지선교’가 실현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술 발전에 관한 올바른 신학적 관점도 제시됐다. 김은혜 장신대 교수는 “기술을 단순히 도구가 아닌 하나님 나라를 이뤄가는 적극적인 협력 동반자이자 매개체로 보도록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기술을 신격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장 한쪽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기술을 활용해 교회의 시니어와 장애인 사역을 돕는 업체들의 사역도 볼 수 있었다. ㈜공생은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3D 프린팅 의수를 제작·지원하며 누구나 쉽게 재활 보조기기를 설계·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캐어유는 고령 성도의 디지털 소외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 문해교육과 치매 예방 교육 등을 ICT(정보통신기술) 기반 서비스를 통해 제공 중이다.

이외에도 시니어가 휴대전화로 성경공부, 제자훈련, 소그룹 모임 등을 쉽게 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기부받은 물품을 장애 직원이 직접 판매하고 이를 통한 수익금으로 급여를 지급해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사례도 소개됐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