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윤핵관의 말로

입력 2025-09-10 00:40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009년 18대 국회 때 강릉에서 재보궐선거로 당선돼 내리 5선을 했다. 2020년 21대 총선 땐 공천에서 탈락했는데 무소속 출마로 당선돼 복당했을 정도로 끈질긴 정치 생명을 이어 왔다. 여느 의원은 한 번도 못 하는 원내대표와 사무총장을 각각 2번씩 했고, 법제사법위원장도 역임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아 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2021년 말 그를 저녁 자리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의 휴대전화가 연신 울렸다. 발신자명이 ‘윤석열’이었다. 유력 대선 후보가 밤인데도 끊임없이 전화해 상의하는 사람이 바로 그였다. 이후 그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의 대명사로 통했다. 윤핵관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셀 때도 그는 “난 윤핵관임을 자랑스러워한다”고 말했다. 한때 ‘멀핵관’(멀어진 윤핵관) 시절도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다시 위상을 회복했다.

막강한 위세를 자랑하던 권 의원이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김건희특검 수사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9일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보고됐다. 이번 주 동의안이 처리되면 영장 실질심사에서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그의 지역구가 가뭄으로 타들어가듯 지금 그의 속도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당내 다른 윤핵관과 친윤계 실세들도 다들 사정이 안 좋다. 이철규 윤상현 추경호 의원은 김건희특검과 해병특검, 내란특검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했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피의자’로 적시돼 소환을 기다리고 있다. 윤한홍 의원도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권영세 의원은 대선 때 후보 교체 시도와 관련해 이번 주 당 윤리위원회 징계를 앞두고 있다.

이들이 윤핵관이나 친윤계가 아니었다면, 또 윤 전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운영했다면 지금같은 일들을 겪지 않았을지 모른다. ‘나쁜 벗은 독보다 무섭다’ ‘벗을 잘못 사귀면 집안이 기운다’는 격언이 실감날 것이다. 아니면 ‘의(義)를 보고 벗을 사귀어야지 이익을 따라 사귀어선 안 된다’는 옛말을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