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성 여론몰이에 맞선 박희승, 곽상언 의원의 용기

입력 2025-09-10 01:10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박희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국회가 (법원을) 공격하고 법을 고치는 것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같은 당 곽상언 의원은 “유튜브 권력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SNS에 썼다.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법을 준수하고 양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발언은 지극히 타당하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엄청난 용기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당연함이 용기로 포장되는 현실이야말로 정치의 양극화, 극단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은 위헌 의견이 압도적이기에 판사 출신 박 의원의 발언은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그는 강성 당원이 원하는 당론과 다르다는 이유로 친여 커뮤니티 등에서 ‘수박’이란 조롱을 받고 있다. 김어준씨 등 친여 인사 유튜브의 당내 영향력 확대에 대해 잇단 우려를 표명한 곽 의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한 친여 성향 인사는 9일 유튜브 방송에서 “곽 의원이 다음 경선에서 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바른 말을 하면 의원 배지가 날아갈 수 있는 게 민주당 현실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친명계(박 의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곽 의원) 이력도 집단 광기의 보호막이 되지 못한다.

당내 다양한 생각을 수렴해 국익과 여론에 맞춰 이를 정책으로 발전시키는 게 정당의 역할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야를 막론하고 강성 팬덤의 목소리에 휘둘리며 진영의 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협치와 소통의 정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모처럼 나온 여당 내부의 건강한 목소리는 그래서 반갑다.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의원 한 명 한 명이 목소리 큰 강성 지지층이 아닌 국민과 유권자의 눈높이를 맞추는데 나서길 바란다. 그러면 상식은 더 이상 용기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