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03년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외설적 그림의 생일 축하 편지가 8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로 체포된 뒤 2019년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인물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편지를 작성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엡스타인 생일 기념앨범에 실린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는 ‘제프리’와 ‘트럼프’가 대화를 주고받는 식으로 이어지다 “생일 축하해. 하루하루가 멋진 비밀이 되길”이라고 끝맺는다. 컴퓨터로 타이핑된 글 바깥에 굵은 펜으로 여성의 나체 윤곽선이 그려져 있고 하단에 ‘Donald(도널드)’라고 서명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 트럼프가 사적으로 보낸 편지들에 동일한 서명이 있었고 경매에 출품됐던 트럼프 그림의 그림체와도 흡사하다고 분석했다. 또 “수수께끼는 늙지 않는다” 등 트럼프가 자주 쓰는 독특한 표현이 편지에 등장한다고 짚었다.
민주당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의원은 “엡스타인 수사를 사기극이라 주장한 트럼프는 거짓말을 했다”며 “모든 (엡스타인 관련) 파일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관련 의혹의 메모에 서명하거나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