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강릉 ‘극한 가뭄’… 농작물에 이어 공장도 ‘비상’

입력 2025-09-10 00:25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은 가뭄으로 생활 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릉 지역민을 위해 대형 방제선을 투입해 물 1000t을 공급했다. 방제선 엔담호(5566t급)가 강릉 안인항에 도착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전남 여수에서 물을 채우고 있는 모습. 해양수산부 제공

강원도 강릉의 극심한 가뭄이 길어지면서 공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시간제·격일제 등 제한급수가 초읽기에 들어가서다. 강릉시는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0% 아래로 낮아지면 이 같은 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저수율은 9일 현재 12.2%에 불과하다.

강원도가 강릉지역 기업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한 결과 단수 조치로 공장이 멈춘 뒤 재가동이 힘든 기업체가 바이오산업, 세라믹 신소재 생산기업, 식품제조업 등 77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하루 30t 이상의 물이 필요한 업체가 9곳이다.

세라믹 기업은 단수로 공정이 멈추면 재료가 굳어 설비가 손상되고, 재가동하더라도 불량률이 급증하는 등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와 식품제조업은 공정을 멈추면 설비 전체를 완전 세척, 멸균하는 등 재가동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강원도는 설명했다.

강원도는 강릉 기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멈추는 일이 없도록 기업에 직접 급수차를 보내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김광래 경제부지사는 “물 사용이 필수인 기업에 물 공급과 가동이 중단될 경우 재가동이 아예 불가능한 심각한 문제가 올 수 있다”면서 “공장이 멈추지 않도록 대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 자금 지원도 이뤄진다. 강릉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재해재난기업지원자금과 긴급경영예비자금을 활용해 100억원을 신속히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가뭄으로 1년 농사를 망친 농민들은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강원도연맹과 강릉시농민회준비위원회는 이날 강릉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농민들은 피땀으로 일군 농작물이 타들어 가고 있는데도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며 “정부가 농업 피해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을 위해 강릉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오용석 전농 강원도연맹의장은 “재난사태는 특별재난지역 지정 전 단계일 뿐 농업에 대한 실질 조치는 막혀있다”며 “강릉시와 강원도, 정부가 농업을 살릴 대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주말 강릉지역에는 단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강원지방기상청은 13일 강릉을 포함한 영동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비가 올 확률은 오전 80%, 오후 70%다. 지역별 예상 강수량 등은 11일 발표될 예정이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 위치 등 주변 기압계 변화에 따라 강수 지역과 시점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강릉=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