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칭찬 일기

입력 2025-09-10 00:33

세상을 크게 이롭게 한 적은 없지만, 내 행동이 올곧은 일에 손톱만큼이라도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늘 있었다. 그렇다고 선의로 한 행동을 두고 스스로 뿌듯해하거나 잘했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바르게 살고자 노력하는 건 당연한 거라 여겨서다. 되려 다짐만 해놓고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착각하며 지내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들 때가 더 많았다.

그러던 중 친구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하루 동안 잘한 일을 스스로 칭찬하는 ‘칭찬 일기’라는 게 있다는 것이다. 사소해도 괜찮다 했다.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신 일, 퇴근길에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린 일도 칭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라면 퍽 낯간지럽게 느껴질 만했다. 나 역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내키지 않았지만, 삶에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는 방법이라며 권유하니 그냥 따라해 보기로 했다.

먼저 일상을 살폈다. 장바구니를 늘 챙겨 다니는 것, 분리수거를 꼼꼼히 하는 것. 또 뭐가 있을까. 한참 머뭇거리다 생각난 칭찬거리는 올해 단 한 장의 옷도 사지 않았다는 거였다. 지난해 겨울 산처럼 쌓여 우주에서도 보인다는 의류 쓰레기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뒤 즉흥적이거나 불필요한 의류 소비를 멈추기로 했다. 차림새에 구애받지 않는 직업 덕분에 몇 벌 옷으로 두세 계절을 나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스스럼없이 구멍 난 양말을 꿰매 신고 조각도에 찢긴 바지를 기워 입기도 했는데, 이렇게 바뀐 생활방식이 만족스러웠다. 쉽게 사지 않고 쉽게 버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습관으로 만든 나를 칭찬하고 싶다.

한 번의 시도였음에도 칭찬 일기는 소소한 일상에 생기를 더해 줬다. 어쩌면 삶을 괜찮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긍정의 기운이 종일 나를 응원했다. 아직은 어색하고 쑥스럽지만, 매일 밤 칭찬의 말을 건네보련다. 혹시 모르지.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 박수 쳐 줄 날이 올지도.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