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57> 이사야

입력 2025-09-09 03:06

앗수르의 침공으로
북이스라엘의 등불이 꺼졌을 때
남왕국 유다의 어두운 밤길을 다니며
홀로 불빛을 밝혔던 이여
창기가 돼 버린 예루살렘을 향해
공의와 심판의 불을 던지고
패망을 선포했던 검은 사제여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라 외쳤던
애절한 평화의 가인
가장 처절한 역사의 폐허 위에서
한 손에는 불을
한 손에는 꽃을 들고
누구보다 메시아의 탄생과 왕국을 노래했던 시인
아 모래 폭풍 불어오는
저 사막 언덕에 뜬 별빛의 시들이여
그 별빛의 노래가 여섯 토막으로 잘리는
서럽지만 그래도 가슴 시리도록 영광스러운 칸타타여.

소강석 시인, 새에덴교회 목사

이사야는 구약 시대의 손꼽히는 예언자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 북이스라엘은 거의 붕괴된 상태였고, 그는 남유다에서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일했다. 남유다 또한 당시 강대국이었던 아시리아 제국과 그에 맞서 싸운 이집트와 시리아 등 다른 국가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예언자로서 이사야는 이러한 국가적 위기에 있어 구체적인 현실을 토대로 옳은 길을 가지 않는 유다 왕국을 호되게 질책했다. 그의 고발과 충고는 통렬하다 못해 비장하기까지 하다. 이 민족적 고난 시기의 이사야를 두고 시인은 ‘한 손에는 불을 한 손에는 꽃을 들고 누구보다 메시아의 탄생과 왕국을 노래했던 시인’이라고 평가한다. 이사야의 노래는 여기 후대 시인의 눈에 ‘모래 폭풍 불어오는 저 사막 언덕에 뜬 별빛의 시들’이다. 필생(畢生)의 사명을 다한 그의 참혹한 최후에 시인이 바치는 헌사는 ‘가슴 시리도록 영광스러운 칸타타’이다.

- 해설 : 김종회 교수(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