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 공공기관 재지정에… ‘감독 독립성 훼손’ 목소리

입력 2025-09-09 00:22

지난 16년간 공공과 민간 사이에서 특수한 위치를 인정받아온 금융감독원이 정부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따라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된다. 기존보다 많은 ‘시어머니’를 모시게 되는 금감원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악재다. 현장에서는 금융 감독 업무의 독립성을 해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합의한 정부조직 개편안에는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써 금감원은 내년 1월부터 17년 만에 다시 공공기관에 합류하게 됐다.

금감원은 2007년에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적이 있다. 하지만 2년 만에 다시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복귀했고 이후 직속인 금융위원회의 통제만을 받았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금융감독 독립성 보장이 ‘금감원 통제’보다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재지정 이후 금감원이 받는 통제는 현재보다 대폭 강화될 공산이 크다. 특히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금감원을 기타 공공기관이 아닌 ‘준정부기관’으로 분류할 경우 경영평가 관리 주체는 기획재정부가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8일 “‘시어머니가 늘었다’는 금융사들의 부담감을 금감원 역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예산 확보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정규직 직원 수를 2022년 1541명에서 이듬해 1681명, 지난해 1811명으로 꾸준히 늘려왔다. 같은 기간 전체 준정부기관의 임직원 규모는 11만9088명에서 11만7429명으로 오히려 줄었다. 공시 관련 부담은 늘어난다. 금감원은 현재 42개 항목의 경영정보를 공시하고 있지만 여타 공공기관과 달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이행 실적은 공시하지 않는다. 그간 ‘방만 운영’ 지적을 받아온 해외사무소 6곳은 감축 요구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 정책을 손에 쥔 재정경제부(현 기재부)의 통제 권한이 커지면서 금융감독 업무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거세다. 금감원 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재지정 시에는) 정치적 입김과 외부 압력에 취약해져 금융소비자·국민이 아닌 정권의 이해관계에 휘둘릴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노조와 직원들은 9일 오전 금감원 정문 로비에서 검은 옷을 입고 조직 개편 반대 시위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내부 공지문에서 “합리적인 개편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매우 안타깝다”면서 “국회 논의와 유관기관 협의에 적극 임하고 직원 소통의 장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