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는 ‘서울 신축’ 원하는데… 괴리 큰 정부 공급대책

입력 2025-09-08 18:57

내년 4월 전세 만기를 앞둔 직장인 이모(34)씨는 지난 7일 발표된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을 보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혼부부인 이씨의 경우 부부 합산 소득은 높지만 자산이 적다. 대출이 쉽지 않다 보니 집을 매매하기 어렵고, 소득이 적지 않아 공공주택을 노리기도 간단찮다. 이씨는 “서울의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를 공급이 뒷받침해주지 못 하는 것 같다”며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재명정부는 전날 2030년까지 수도권에 매년 27만가구를 착공하겠다는 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씨처럼 서울에 집을 마련하고 싶어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의 공급 예정 물량은 많지 않다. 도심 내 유휴부지와 노후시설 등을 개발해도 공급될 물량은 5만8000여가구에 불과하다.

서울살이를 원하는 이들 사이에서는 “공급을 기다린다고 해도 답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5년 내 준공이 아닌 착공 물량인 점도 체감을 낮추는 이유 중 하나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공급 물량은 아파트뿐 아니라 오피스텔, 아파텔 등 기타 주택도 모두 포함한다. 수도권 전체 물량으로 발표돼 공급 지역도 명확히 알기 어렵다”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을 직접 시행하겠다고 했는데, 시장에서 원하는 건 다수의 영구임대주택은 아니지 않나. 사람과 주택, 지역이 미스매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아파트주거환경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의 아파트는 총 175만6428가구다. 서울에 거주하는 가구는 해마다 5만여가구가 늘어 2023년에는 414만가구를 넘었다. 하지만 서울에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 수는 최근 2만~3만 가구에 그쳐 가구 수의 증가 폭을 쫓아가지 못한다.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고 무주택 실수요자의 불안한 마음도 잡으려면 서울에 신축 아파트가 대량으로 들어서야 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대규모로 개발할 수 있는 택지는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는 이상 새롭게 발굴이 어렵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신축 아파트 공급 방안은 재개발, 재건축뿐이지만 전문가들은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있어 이견 조율이 어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치솟은 공사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등도 걸려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해결책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와 서울 인접 지역으로의 수요 분산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9·7 대책에는 민간 공급 얘기가 전혀 없다”며 “실수요자가 체감하려면 정비사업 규제 해제를 통한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 광화문 등 업무지구로의 접근성 개선을 위한 공공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는 대목이다. 고 교수는 “서울 내 대규모 공급이 불가능하다면 서울에 쏠린 수요를 접경 지역으로 분산하는 게 중요하다”며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개통, 착공 등이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