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으로 부과된 대미 관세, 북·중·러가 밀착하는 동북아 질서, 갑작스러운 미 당국의 대미 투자 기업 근로자 구금까지. 출범 석 달밖에 안 된 이재명정부에는 외교적 난제가 유독 강하게 분출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외교안보라인은 수시로 해외를 들락날락하며 문제 해결에 고군분투해 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조만간 미국 구금시설에서 풀려날 한국 근로자들이 향후 미국 출입과 관련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강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정부 외교안보 당국의 총력 대응으로 미측의 돌발행동에도 불구하고 추가적 불이익 없이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했다.
이재명정부 외교의 첫 고비는 7월 31일 타결한 대미 관세 협상이었다. 정부는 미국의 관세 인상 요구에 맞서 통상·안보를 패키지로 묶어 대응했다.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고 국방비 증액 의사를 선제적으로 밝혀 25%의 상호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그 과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등 정부 당국자들은 수차례 방미해 카운터파트와 의견을 조율했다. 협상 타결 이후에도 미측에선 대미 직접투자 금액 증액을 요구하고, 농축산물 시장 추가 개방 압력을 높였다. 이에 대통령실의 3실장이 모두 방미해 막판 설득 작업도 거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방미 직전 방일해 일본과의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한·미·일 협력 관계를 중시하는 미국에 어필하기도 했다.
어렵게 성사시킨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폭탄 발언으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지 와일스 미 백악관 비서실장과 구축한 핫라인을 통해 간신히 수습할 수 있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이번엔 미국에 투자하는 한국 기업 근로자들이 구금되자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정부는 광복 80주년, 수교 60주년을 맞은 일본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공을 들였다. 결국 과거사 책임을 인정하는 취지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발언을 이끌어내고 셔틀외교를 복원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가 전날 전격 사임하면서 그동안의 공든 탑이 무너질 위기다. 이시바 총리 이후엔 극우 성향 총리가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커 한·일 관계는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도 정부엔 악재다. 트럼프 대통령 입으로 북·미,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 언급을 이끌어낸 것은 한·미 정상회담 성과로 평가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 방중으로 인한 북·중·러 밀착으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적 동북아 구도가 더 부각되게 됐다. 이 대통령은 오는 23일 유엔총회에선 안전보장이사회를 주관하는 등 다자외교 시험대에 서게 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