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2022년 10월 착공해 2년5개월 만인 지난 3월 준공됐다. 총 75억9000만 달러(약 10조5400억원)가 투입된 이 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약 1300명의 현지 인력이 일하고 있는 HMGMA의 건설 당시는 어땠을까.
8일 업계에 따르면 HMGMA 건설에도 단기상용 비자(B-1)와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활용해 한국 인력이 현장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지에서 기술자를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전문인력(H-1B)이나 주재원(L-1·E-2) 비자는 발급 절차가 까다로워 공사 일정을 맞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부득이한 선택’이었다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HMGMA 건설 당시에는 한국과 미국이 협력 체제를 구축했다. 골조·설비 설치·전기 공사 등 핵심 공정은 한국 인력이 담당하고, 청소와 같은 단순 노동은 현지 인력이 맡는 식이었다. 공정 관리·감독은 미국인 관리자가 주도했다.
완공 이후에는 인력구조가 현지인 중심으로 재편됐다. 한국인 직원들은 합법 비자를 발급받아 근무 중이고, 현대모비스·트랜시스·글로비스·위아·제철 등 계열사까지 포함해 약 1300명의 현지 인력이 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31년까지 미 현지 인력을 8000명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HMGMA는 북미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생산·공급망의 허브다. 앞으로 기아와 제네시스 모델까지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의 전동화 전략 거점으로 의미가 크다. 대규모 단속 사태를 맞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을 단지 내에 건설 중인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 공장은 내년에 완공되면 연간 3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해 약 30만대 전기차에 공급할 예정이다. 공장이 가동되면 이어질 직간접적 고용창출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그룹은 HMGMA의 생산능력을 2028년까지 50만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계열사뿐 아니라 한국에서 진출한 중소·중견 협력사에 더해 지역 협력업체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부품 조달부터 물류까지 이어지는 통합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지역사회 전반의 고용 증대와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불법체류자 단속과 공사 중단 여파로 한국 인력 투입이 지연되면 전반적인 일정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공장뿐 아니라 HMGMA 증설 등 예정된 작업에 대한 시간표를 다시 짜야 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