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7 부동산 대책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수도권 공공택지 시행사로 전면에 내세웠지만 부채만 160조원이 넘는 LH가 안정적으로 사업 수행이 가능할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을 보면 지난해 결산 기준 LH의 부채 총계는 160조1050억원이다. 자본 대비 부채 비율도 217.7%에 달한다. 부채 비율이 200%를 넘자 2022년 기획재정부는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했다.
중장기 전망도 좋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5~2029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LH의 올해 부채 규모는 170조2000억원, 2029년에는 261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따라 LH의 공공택지 매각이 중단되면 부채가 늘게 된다. 수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공공택지 매각이 중단되면 재무상황 악화는 불가피하다. LH의 수익원은 크게 공공택지 매각, 분양주택 판매 등에서 나온다. 반면 공공임대주택 부문에서는 적자를 거듭해 왔다. 지난해에도 임대주택 운영 손실이 2조5000억원 적자였지만, 공공택지 매각과 분양주택 판매 수익이 그나마 이를 상쇄하고 남아 순이익이 1조원을 기록했다.
정부 관계자는 “택지 조성 비용과 사업관리 비용 등은 그대로 나가는데 핵심 수익원인 택지 매각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수장이 ‘공석’인 상태인 점을 두고 정책 추진력이 더딜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한준 전 사장이 임기를 약 3개월 앞두고 지난달 사임하면서 현재 LH 사장석은 비어 있다. 그간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민간이 담당해온 상황에서 LH가 목표한 대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필요 시 정부 자금, 채권 발행 등을 통해 LH의 직접시행 사업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이날 MBC 라디오와의 통화에서 “앞으로 3~4년에 걸쳐 매각 대금은 들어온다”면서 “택지 매각 중단 뒤에는 필요하면 공사채 발행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사채 발행을 하면 그만큼 부채는 늘게 된다. 익명을 요청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력이나 예산 확충 방안 없이 자금 유입 요인을 줄여가며 공급 속도를 높이는 건 한계가 있다”며 “향후 LH 계획위원회에서 자금 유동화 방안 등 근본적 대책이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