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형식 면에서 큰 변화를 맞았다. 기존 봄·여름 두 차례로 나눴던 시즌 운영을 연간 단일 리그로 통합했고 하반기에는 순위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는 스플릿 제도를 도입했다. K리그를 비롯해 스코틀랜드, 덴마크 등 유럽 프로축구 리그에서 운영 중인 방식이다.
올해 LCK는 스프링 시즌 격인 1~2라운드에서 10개 팀이 풀리그 방식으로 경쟁했다. 이후 서머 시즌인 3~5라운드부터는 성적에 따라 상위 5개 팀이 속한 ‘레전드 그룹’과 하위 5개 팀으로 구성된 ‘라이즈 그룹’으로 나뉘어 경기를 치렀다. 각 그룹 내 팀들은 서로 세 차례씩 맞붙었다.
팬들의 관심은 단연 레전드 그룹에 쏠렸다. 젠지, 한화생명e스포츠, T1, kt 롤스터, 농심 레드포스가 포진해 전통 강호 간의 라이벌전이 잇따라 성사됐다. 시즌 초반부터 최상위권을 유지한 젠지가 하반기 레전드 그룹에서도 압도적 기세를 보였지만, 강팀 간 맞대결은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LCK 흥행카드인 젠지, T1, 한화생명의 대결은 경기마다 화제를 모았다. 스플릿 제도 운용으로 세 팀의 맞대결이 여러 차례 성사된 것은 새 시스템 도입의 가장 큰 효과로 평가된다. 굵직한 승부가 짧은 간격으로 이어지면서 팬들의 집중도도 높아졌다.
레전드 그룹의 수준 높은 경기력은 데이터에서도 드러났다. 평균 경기 시간은 31분27초, 경기당 평균 킬 수는 30.7로 분당 1킬에 가까웠다. 교전마다 정교한 수싸움이 펼쳐졌고,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이 이어졌다. 3년 연속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제패한 리그다운 경기력이란 평가가 나온다.
반면 1~2라운드에서 ‘동부 리그(6~10위)’에 머물렀던 디플러스 기아, BNK 피어엑스, OK저축은행 브리온, DRX, DN 프릭스는 3라운드부터 라이즈 그룹에서 경쟁했다. 초반 관심은 레전드 그룹에 집중됐으나, 생존을 건 승부가 라이즈 그룹에서 이어지며 점차 팬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라이즈 그룹을 대표하는 단어는 ‘간절함’이다. 플레이오프 전초전인 플레이-인에 진출하려면 최소 3위 안에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룹 내 최강으로 평가받던 디플러스 기아가 브리온에 연달아 패하는 이변이 있었고 일찌감치 탈락이 확정된 DN 프릭스가 상위권 팀의 발목을 잡는 장면도 연출됐다.
데이터도 치열함을 입증한다. 라이즈 그룹의 평균 경기 시간은 33분48초로 레전드 그룹보다 약 2분20초 길었고, 풀세트 접전은 16회로 레전드 그룹(9회)보다 7회나 많았다. 그만큼 접전이 많았다는 뜻이다.
라이즈 그룹의 경기당 평균 킬 수는 30.1, 분당 평균은 0.9로 레전드 그룹(경기당 30.7킬, 분당 1킬)보다 낮았다. 1승이 절실한 상황에서 무리한 공격보다 신중한 플레이를 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