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벌어진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를 두고 미국과 막바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자진 출국’ 석방 절차를 대폭 단축한 데 이어 구금자가 향후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나섰다.
정부는 현재 구금시설에 수감된 우리 국민 300여명을 자진 출국 방식으로 이르면 10일 전세기를 통해 귀국할 수 있도록 미 정부와 남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석방 시기, 전세기 운항 방식 논의와 더불어 향후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는 조건으로 교섭을 매듭짓는 게 목표다.
정부는 외교력을 총동원해 일반적 상황보다 석방 절차를 단축하면서도 향후 불이익이 가장 적은 방식으로 합의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자진 출국이 가장 바람직하고 신속하며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구금 인원의 신원 확인, 자진 출국 의사 파악이 이뤄지면 정부는 최대한 빨리 전원 무사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띄운다는 방침이다. 만약 구금자가 자진 출국을 택하지 않고 법적 쟁점을 다투기 위해 현지에 남는 걸 희망할 경우 이를 수용할 계획이다. 이 경우 구금시설에 남아 이민 재판 절차를 밟는다.
이날 외교부는 정기홍 재외국민보호·영사담당 정부대표 등으로 구성된 신속대응팀을 현지에 파견했다. 대응팀은 현장대책반, 주애틀랜타총영사관과 함께 구금자 전원이 전세기로 일괄 귀국하는 데 필요한 미측과의 세부 협의를 지원할 예정이다.
교섭의 큰 산은 넘었지만 자진 출국자가 향후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한 세부 조율이 남았다. 정부는 개인의 비자 상황에 따라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으나 이를 최소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구금자의 재입국 시 불이익과 관련해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외통위 참석 후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등 미 고위 인사들을 만나 사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요청하고, 대규모 대미 투자를 앞둔 우리 기업의 비자 문제 해결 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전문직 비자(H-1B)의 쿼터를 할당받거나 한국인 전문인력 대상 별도 비자 쿼터(E-4) 신설 문제도 타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부는 2012년부터 E-4 신설을 위해 ‘한국 동반자법(PWKA)’ 입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 내 반이민 정서의 영향으로 10년 넘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이번 사태가 비자 문제 해결의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조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멘트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며 “이 상황을 계기로 E-4나 (H-1B) 쿼터, 혹은 둘 다 합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협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