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때는 조국 조기등판설… 승부수 두려다 자충수 될라

입력 2025-09-08 18:52 수정 2025-09-08 23:54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8일 당내 성비위 사건으로 촉발된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조국혁신당이 성비위 파문으로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으면서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의 조기 등판설이 떠오르고 있다. 위기를 넘기려면 당의 상징인 조 원장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사태에 대한 조 원장 책임론이 제기되는 데다 당의 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잡음으로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혁신당은 8일 비상의원총회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대해 이틀째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논의가 공전한 배경은 결국 조 원장 역할론에 대한 이견 때문이다. 조 원장이 선봉에 서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조 원장 역시 이번 사태에서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데 등판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당초 조 원장은 오는 11월 열릴 전당대회를 통해 당대표로 복귀하는 방안이 유력했다.

한 혁신당 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원장은) 외부 인사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서 창당 원로들이 있다. 당에 쓴소리하는 그분들에게 개혁을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부 인사는 반대”라며 “우리가 비판의 대상인데 내부에서 다시 비대위를 맡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이 이른바 ‘조국 비대위’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도 변수다. 피해자 대리를 맡았던 강미숙 당 여성위원회 고문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그의 의견이 가장 우선시될 텐데 그것보다는 좀 더 수평적인 구조로 제3자 위원장이 더 낫겠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감 중이던 조 원장에게 10페이지 넘는 손편지를 보냈지만 답장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서운하다. ‘어떤 진정성이나 이런 게 전달이 안 됐나 보다’란 생각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백선희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출범 때 피해자 의견이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은 9일 열리는 정기의총에서 비대위 구성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 백 대변인은 “조속히 비대위를 출범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 당무위를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혁신당을 향해 “일어나지 말아야 할 성비위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부터 확립하기를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혁신당 성비위 파문에 당 차원의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성윤수 기자 tigri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