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미국 4대 대중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MTV VMA)에서 K팝 아티스트 최초로 ‘올해의 노래’를 수상하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로제는 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UBS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협업한 ‘아파트(APT.)’로 ‘올해의 노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부문은 테일러 스위프트, 아리아나 그란데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경쟁하는 MTV VMA의 주요 상 중 하나다.
2021년 방탄소년단이 ‘다이너마이트’로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로제의 이번 수상은 K팝 아티스트 최초라는 점에서 한국 대중음악사에 의미 있는 이정표로 평가된다.
블랙핑크가 ‘베스트 그룹’ 부문에서 수상해 로제는 개인과 그룹 활동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2관왕에 올랐다.
로제는 이날 금색 드레스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정말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그는 “가장 먼저 믿어주고 도와준 브루노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노래를 함께 부른 브루노 마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한국어로 “테디 오빠, 저 상 탔어요. 블랙핑크 멤버들 지수 제니 리사, 저 상 탔어요. 늘 고맙고 사랑합니다”라고 그룹 멤버들과 프로듀서 테디를 향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로제는 준비해온 소감문을 꺼내들고 읽어내려갔다. 그는 “16살의 나 자신에게 이 상을 바친다. 그 시절 나는 음악을 꿈꾸며 무대에 서는 날을 상상했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지켜본다면 분명 자랑스러워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호주에서 성장한 로제는 16살에 YG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 합격, 한국으로 건너와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로제는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고맙다. 가장 힘든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버텨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우리는 언제나 스스로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는 메시지로 깊은 울림을 남겼다.
로제는 올해 시상식에서 총 8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K팝 가수 중 최다 지명 기록을 세웠다. ‘아파트’로 ‘올해의 노래’를 비롯해 ‘올해의 비디오’ ‘최우수 컬래버레이션’ ‘최우수 팝’, ‘최우수 디렉션’ 등 7개 부문에 올랐고, 솔로 정규 1집 타이틀곡 ‘톡식 틸 디 엔드’로 ‘최우수 K팝’ 부문 후보에 지명됐다. 이는 레이디 가가(12개 부문), 아리아나 그란데(7개 부문)과 버금가는 성과다.
블랙핑크는 202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베스트 그룹’ 부문을 수상하며, 글로벌 그룹으로서의 존재감을 재확인했다. 시상식에는 로제만 참석했고 나머지 멤버들은 현재 월드투어 중단 후 휴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멤버 리사도 솔로곡 ‘본 어게인’으로 ‘베스트 K팝’ 부문에서 수상했다. 2022년 ‘라리사’, 2024년 ‘록스타’에 이어 세 번째다. 리사는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이 곡을 특별하게 만들어준 도자 캣과 레이, 그리고 무엇보다 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상 격인 ‘올해의 비디오’상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브라이터 데이즈 어헤드’에 돌아갔다. 레이디 가가는 ‘올해의 아티스트’, ‘베스트 컬래버레이션’ 등 4개 부문을 휩쓸며 최다관왕에 올랐다.
김승연 기자 ki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