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맞잡은 대통령·여야, 민생협의체 구성 합의

입력 2025-09-08 18:57 수정 2025-09-09 00:20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정청래(왼쪽)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환하게 웃으며 지켜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장 대표의 손을 잡고 인사한 뒤 정 대표에게 손짓하며 직접 악수를 권했다. 이 대통령이 양당 대표를 만난 건 취임 이후 96일 만이다. 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8일 첫 오찬 회동을 갖고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했다. 이 대통령은 야당의 적극 소통 요청에 화답하는 한편 정 대표에겐 “여당이 더 많이 가졌으니 조금 더 많이 내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여야 간 대치가 극심하던 상황에서 정치지도자들의 합의로 일단 협치의 첫발을 어렵게 내디뎠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회동 후 가진 국회 공동브리핑에서 “여야 대표는 민생경제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며 “형식만 갖춘 보여주기식 협의체가 아닌 실질적 성과를 낼 수 있는 테마가 있는 협의체가 돼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양당은 협의체 구성을 위한 실무협의를 즉각 진행키로 했다.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은 장 대표가 제안했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수용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여야 공통 공약을 중심으로 야당이 먼저 제안하고 여당이 응답해 함께 결과를 만들면 야당에는 성과가 되고 여당에는 국정 성공이 되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고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위해 야당 대표가 요청할 때 적극 검토해 소통의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여야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수용 가능한 야당의 의제부터 합의로 성과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정치를 복원하며 협치를 통한 국정 운영에 시동을 거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장 대표 입장에서도 어수선한 당 상황을 수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민생경제협의체 운영을 정례화하지는 않았다. 과거 문재인정부에서도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구성됐었지만 첫 모임 후 흐지부지됐던 점을 감안한 것이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국 상황에 따라 (정례화가)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국민께 실망을 드리고 정치적으로 부담됐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오찬은 낮 12시부터 80분간 대통령실에서 진행됐으며, 이 대통령은 오찬 직후 장 대표와 따로 30분간 독대했다. 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회동은 취임 96일 만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11개월)이나 윤석열 전 대통령(23개월)보다 빠른 편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영수회담에서는 정치 복원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며 “장 대표는 획기적인 청년고용대책과 주식양도세 대주주 기준 상향 조정,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 등 구체적 민생 정책을 제안했고, 이 대통령은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오찬 전 이 대통령과 30분간 단독 회동했다.

이 대통령은 임기 100일을 앞두고 새로 출범한 여야 지도부와 회동하며 정치적 부담을 덜게 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겨냥한 특검 수사와 민주당의 쟁점 법안 처리 등 암초가 많아 협치 기류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주목된다.

최승욱 성윤수 이강민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