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만난 대미 투자 기업들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필요”

입력 2025-09-08 18:56 수정 2025-09-08 23:54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경제인협회가 8일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개최한 ‘대미 투자 기업 간담회’에 참석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한 관계자가 취재진의 접근을 막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무더기 구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정부가 대미 투자 기업들을 모아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정부가 석방 교섭을 마무리하면서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은 조만간 석방될 예정이지만 기업들은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신설 등 양국 간 비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일 한국경제인협회와 공동으로 대미 투자 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현대차그룹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HD현대 한화솔루션 LS 등 미국 내 투자를 진행 중인 기업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종원 산업부 통상차관보는 간담회를 마친 뒤 “각 기업의 개별 상황을 자세히 들었고, 우리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간담회가)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되고 현지 진출 기업들과 계속 소통하면서 해결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현지 공장 건설이나 초기 생산 단계에서 한국인 전문 인력을 파견하는 단기 출장이 불가피한 만큼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취득 조건이 까다롭고 심사에도 수개월이 걸리는 전문직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 비자 대신 한국인 전문 인력 취업 비자(E-4) 쿼터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층 엄격해진 미국의 출입국·이민 정책 분위기 속에서 이번 구금 사태 여파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그간 미국 측에 한국인 전문직 비자 발급을 꾸준히 요구해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한 상황이다. 호주·싱가포르·칠레 등이 많게는 연 1만500명 규모의 쿼터를 인정받는 특별비자 제도를 갖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한국 정부가 그간 한·미 비자 제도 개편에 미온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한상의 회장단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책 간담회에서도 비자 문제가 거론됐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정 대표에게 “향후 미국 내 우리 국민의 안전과 기업의 원만한 경영 활동을 위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 비자 쿼터 확보 등 구조적 문제 해결에 민주당 대표님이 관심과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정 대표는 “(한국인 구금 사태로) 기업들이 더 각별히, 깜짝 놀랐을 텐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당에서 근본적으로 비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