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e스포츠 프로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의 플레이오프가 10일 시작한다. LCK 플레이오프에는 6개 팀이 참가한다. 정규 시즌 1~4위인 젠지, 한화생명, T1, KT는 자동으로 출전한다. 남은 두 자리를 놓고 5~8위 팀이 모여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플레이-인 토너먼트를 진행한 끝에 디플러스 기아와 BNK가 합류했다.
첫 경기인 10일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선 디플러스 기아와 T1이 맞붙는다. T1이 디플러스 기아를 상대로 지목해 두 팀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하부 그룹 가장 높은 순위에 있던 디플러스 기아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디플러스 기아의 ‘루시드’ 최용혁은 “상대가 보기엔 우리의 경기력이 아직 부족하단 의미로 받아들이겠다”며 “하지만 T1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팀”이라고 말했다.
디플러스 기아의 플레이오프 도전은 소설 삼국지연의의 북벌(北伐)에 비유되곤 한다. 언더도그로서 꾸준히 우승에 도전하고 자신들보다 강한 상대에게 부딪치는 게 닮아서다. 팀 핵심 선수인 ‘쇼메이커’ 허수의 별명은 제갈량에서 따온 ‘쇼갈량’이다. 올해 디플러스 기아는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가고, 플레이-인에서도 농심과 패자부활전을 치른 끝에 간신히 플레이오프에 합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 어느 때보다 난도 높은 북벌을 앞둔 셈이다. 허수는 “죽거나 죽이거나의 각오로 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11일에는 KT와 BNK가 대결한다. 또 하나의 언더도그인 BNK는 신인왕 ‘디아블’ 남대근 중심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는 팀이다. 유상욱 감독과 조재읍 코치가 내놓는 전략·전술도 호평 일색이다. 선수단 연봉 규모는 최하위권이지만 팀의 짜임새가 좋아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기 마련이다. 디플러스 기아와 BNK에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농심과 OK저축은행은 각각 7위와 8위로 2025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농심은 정규 시즌 전반기를 4위로 마무리해 상위 스플릿에 포함됐으나 같은 스플릿 팀끼리만 붙는 하반기에 12전 전패를 당하면서 급격하게 기세를 잃었다. 플레이-인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하반기에 15경기 중 14경기를 패배한 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박승진 감독은 지난 7일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자 “제가 못했다. 용두사미의 결말을 보여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성적 부진을 이유로 오랫동안 동행해왔던 최우범 감독을 시즌 도중 경질하고 이호성 감독을 새로 선임했던 OK저축은행도 결국 “성적 향상과 국제대회 진출”이란 공언과는 동떨어진 결과로 시즌을 마쳤다. 이호성 감독은 “내 부족한 점을 깨달은 시즌이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팀은 6개 팀. 상위 4위에 올라야만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할 수 있다. 플레이오프는 한 번 지더라도 곧장 탈락하는 게 아닌 패자조로 향하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이다. 오는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