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사임 의사를 표명한 지 하루 만인 8일 집권 자민당이 차기 총재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당내 잠룡들이 속속 출마 의향을 드러내면서 당권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은 이날 도쿄 중앙당사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총재 선거 방식 등을 논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모리야마 히로시 간사장은 “당원(당비를 납부하는 일본 국적자)과 당우(당을 후원하는 단체 회원)가 모두 표결에 참여하는 ‘풀스펙형’과 당원 투표를 생략하는 ‘간이형’ 중 하나의 방식을 9일 당무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9일 총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일정도 결정될 전망이다.
풀스펙형은 자민당 총재 선거의 기본 방식으로, 중·참의원 295명 전원이 1표씩 행사하고 당원·당우 100만여명의 표를 의원 수와 같은 295표로 환산해 총 590표로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간이형은 47개 도도부현 대표자 1명당 3표씩 부여한 뒤 중·참의원 표결 결과와 합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경우 도도부현 대표자보다 표가 많은 의원들의 의중대로 선거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자민당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건강 문제로 돌연 사임해 긴급하게 추진됐던 2020년 총재 선거를 간이형으로 치렀다.
요미우리신문은 풀스펙형 선거를 치를 경우 10월 4일에 투개표를 실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복수의 당 간부를 인용해 전했다.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에 오른다. 여소야대 정국에도 여전히 다수당인 자민당에서 당권은 곧 대권인 셈이다. 당권 레이스는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이 “당과 정부에서 쌓은 여러 경험으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출마의 뜻을 굳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전날 이시바 총리는 현직 각료의 출마에 대해 “국민에게 모든 노력을 다할 기틀을 다져놓은 뒤라면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잠룡들의 도전에도 판세는 여전히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2파전으로 예측된다. 이시바 총리 사의 표명 후 처음 공개된 JNN방송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지지율은 가장 많은 19.3%로 동률을 이뤘다.
고이즈미는 이시바 총리의 기조를 계승해 야당과 협치가 가능하지만 당내 선호도에선 다카이치에게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케이신문은 “당원 투표를 포함하는 풀스펙형은 다카이치에게 유리해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이즈미 주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다카이치는 강경 보수 색채가 강해 아소 다로 전 총리를 포함한 당내 보수파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일부 자민당 의원은 “다카이치가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당내 보수층을 재건할 것”이라고 산케이에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