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기업들이 일본 인공지능(AI)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를 고수하던 일본에서 최근 사회·경제 전반의 혁신 필요성이 부각되며 AI 전환(AX)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와 기업은 AI 분야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고령화 및 노동 인구 감소 문제를 AI를 통해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6월에는 일본 최초의 AI 관련 기본법인 ‘AI 추진법’을 공포했다. 학계에서는 이를 일본 AI 전략의 중요 전환점이자 출발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들도 일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8일 일본 플랫폼 기업 타임트리와 AI 에이전트 서비스 개발을 위한 협력을 벌인다고 밝혔다. 일정 공유 애플리케이션(앱)인 타임트리는 전 세계 약 6700만명의 사용자를 모으며 일본 내에서 ‘제2의 라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SK텔레콤은 타임트리에 22억엔(약 207억원)을 투자하고, 에이닷 서비스로 축적한 AI 에이전트(비서) 기술력 및 상용화 역량을 적용할 예정이다. 고객이 입력한 정보로만 일정을 관리하는 수동적 역할에서 벗어나 사용 패턴·일정·선호도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활동을 추천하는 능동적 AI 서비스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본은 최근 AI 산업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SK의 AI 에이전트 서비스의 기반을 넓히고 일본 시장에서의 선도적 입지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일본 AI 시장이 올해 101억5000만 달러(약 14조1000억원)에서 2031년 411억9000만 달러(약 57조4000억원)로 연평균 26.3%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31년 한국의 AI 시장 전망치(22조7000억원)의 2.5배가 넘는 규모다.
일본 지역사회의 돌봄 공백 문제도 AI 진출 시장이 되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6월 일본 시마네현에 위치한 이즈모시와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 도입 협약을 체결했다. 클로바 케어콜은 돌봄이 필요한 독거 노인 및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AI가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시스템 고도화를 거쳐 내년 상반기 이즈모시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국내 1위 기업용 세무·회계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인 더존비즈온은 일본 법인 ‘제노랩’을 기반으로 올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그룹웨어,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 등이 통합된 기업 맞춤형 서비스 ‘원(ONE) AI’를 선보였다. 현지 법규와 업무 관행을 반영해 서비스를 고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본은 AI 전환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자는 적은 최적의 환경”이라며 “국내 시장 규모의 한계에 부딪혔던 한국 기업들이 섬세한 기술력·혁신성을 앞세워 발을 뻗어가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