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 하모니볼룸 내부는 ‘PLAI’라고 적힌 흰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PLAI’는 놀이(PLAY)와 인공지능(AI)을 합성한 단어다. 생성형 AI를 업무 현장 곳곳에 적용해 즐겁게 혁신하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들은 제4회 GS그룹 해커톤 참가자들이다. 해커톤은 ‘해킹’과 ‘마라톤’이 더해진 합성어다. 주어진 시간 내에 주제에 맞는 실제 결과물을 도출해 내는 대회를 의미한다.
이날 현장에는 430여명이 모였다. 3~5명으로 구성된 128팀이 경쟁에 나섰다. GS그룹 관계자는 “온라인과 현장으로 나눠 진행됐다”며 “GS 전 계열사외 외부 기관을 포함해 총 837명(256개 팀)이 참가했는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Let’s PLAI” 구호와 함께 대회가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활발하게 토의를 시작했다. 30시간에 걸쳐 문제 정의부터 해법 제시, 생성형 AI를 활용한 서비스 프로토타입 제작까지 전 과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GS스포츠 소속 직원 4명 구성된 팀은 선수들의 경기 기록 등을 종합 정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한 팀원은 “스포츠는 기록 관리가 중요하지만 거의 수기로 한다”며 “AI를 통해 이를 보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해커톤에선 거래처 문자 통보 자동화 시스템, 편의점 점포 맞춤형 업무 콘텐츠 자동 시스템 등 편의점·건설·정유사 분야의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 대회의 특징은 순위, 상금, 부상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참가했다는 한 참가자는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하고, AI를 직접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선발된 우수 팀은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아 실제 아이디어 구현에 나선다.
앞서 온라인 부문에 참여했던 김문식(56) GS파워 안양발전부문장은 “발전소의 운전 데이터를 수집하고 현황을 점검하는데 AI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 와보니 내년엔 현장에서 참여를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허태수 GS 회장도 직접 행사장을 찾았다. 허 회장은 “구성원의 현장 도메인 지식에 생성형 AI가 결합하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며 “AI는 실제 비즈니스에 활용될 때 비로소 가치가 실현된다”고 말했다. 이어 “GS는 플랫폼과 사례를 적극 개발하고 공유해 대한민국 AI 생태계 도약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