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돌아온 지 1주일… 정상화커녕 자금난 걱정하는 지방병원들

입력 2025-09-09 02:06
연합뉴스

이달 초 전공의 대다수가 병원으로 돌아가면서 의·정 갈등 기간에 운영된 비상진료체계도 곧 해제될 전망이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선 돌아온 전공의 수가 진료 과목이나 병원·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면서 지난해 3000억원을 훌쩍 넘긴 정부 지원금 지급이 중단돼서는 안 된다고 요구한다.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해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면서 지출한 의료인력 인건비(급여·수당)는 3590억4700만원으로, 전체 예산(3813억3200만원)의 94.2%에 달했다. 전공의를 대신하기 위한 당직근무수당에 가장 많은 1996억5600만원(52.4%)이 투입됐다. 신규 의사·간호사 채용 급여에도 1134억2200만원(29.7%)이 들어갔다. 공중보건의·군의관 파견수당 268억9100만원, 의사·간호사 휴일·야간수당 190억7800만원이 뒤를 이었다. 복지부는 지난해 2월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해 왔다.


비상진료체계는 의·정 갈등 사태에서 외래와 입원, 수술 등 진료량이 줄어든 병원에 가뭄 속 단비와 같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병원의 경영난 해소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을 놓고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전공의 복귀가 시작되면서 국회에선 비상진료체계 해제를 요구했고, 복지부도 추석 이후로 해제 시점을 검토하고 있다. 비상진료체계는 현재 보건의료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에서 낮춘 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치면 해제된다.

의료계에선 성급한 비상진료체계 해제가 오히려 의료 정상화를 더디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수련을 재개한 전공의는 의·정 갈등 사태 이전(1만3531명)의 76.2%(1만305명)로 회복됐지만 진료과와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 국립대병원 병원장은 “병상도 많고 진료량도 늘어난 서울·수도권은 이미 흑자 전환이 됐지만 지방 국립대병원은 당장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 어렵다. (비상진료체계) 지원금이 끊기면 시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급종합병원장도 “상급연차 전공의 연봉이 1억원 가까이 되는데 추가 채용했던 진료지원(PA) 간호사와 촉탁의 인건비도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보완책 검토에 들어갔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상진료체계를 해제하더라도 전공의 복귀율이 높지 않은 응급의료 등 중증환자 진료체계 유지에 필요한 부분은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