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무료·저비용… 호주 ‘헤드스페이스’ 서비스 문턱 낮춰 [침묵의 SOS]

입력 2025-09-09 02:09 수정 2025-09-09 08:49
국민일보DB

해외 주요국은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소아·청소년들이 이용 가능한 서비스의 문턱을 낮추고, 대상 범위를 넓히는 데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정 집단이나 시설에서만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게 아니라 지역사회와 연계해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해법을 찾는 게 목표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호주에 있는 헤드 스페이스(Headspace)가 꼽힌다.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설립된 헤드 스페이스 센터는 신체건강, 정신건강, 알코올 및 약물남용, 진로 문제를 가지고 있는 12~25세를 대상으로 정신건강 예방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서비스가 무료로 제공되거나 저비용으로 이용하도록 해 서비스 문턱을 낮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또 센터 접근율을 낮추기 위해 운영시간을 청소년 일과에 방해받지 않도록 하며, 청소년 당사자뿐 아니라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의 가족과 친구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재학생과 선생님, 가족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도 진행된다. 국내 전문가들은 우리도 정책의 대상 범위를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가족과 친구, 지역사회로 넓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유럽의 비자살적 자해 관련 도움이 되는 사례들이 있다. 핵심 키워드는 무료 또는 저비용, 학교와 커뮤니티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취약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팀 스포츠와 멘토링을 제공해 프로그램 참가자 49%의 사회적 행동이 개선된 사례가 보고됐다. 벨기에는 환자에게 연간 최대 20회 무료 심리 상담을 제공한다. 네덜란드는 또래 상담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정신적 고통 수준을 19% 줄이고, 학교 참여를 60%가량 향상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내 학계에서도 정부 지원으로 청소년 자해, 자살 관련 장기 추적관찰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소년의 자해 의도를 정확하게 판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도출하는 게 목적이다. 2029년 말까지 진행되는 이 연구는 청소년 비자살적 자해 400명, 자살시도자 200명, 정상 대조군 200명 등 800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국내의 비자살적 자해 전문가들은 해외의 정책을 한국적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제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8일 “청소년 자해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대책은 없다”며 “해외의 가이드라인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 청소년들에게 적용 가능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찬희 유경진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