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건물 전체가 커다란 전자 제품 “스마트 모듈러 홈 상용화할 것”

입력 2025-09-09 00:19
독일 베를린에서 8일(현지시간) 열린 IFA 2025에서 모델이 삼성전자의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을 체험해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단독 전시장에 218㎡ 규모의 주택을 지어 관람객이 직접 내부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아래쪽은 삼성 전시장 앞에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입장을 기다리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세 채의 ‘집’을 위한 뼈대를 만드는 데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완성품을 위한 조립은 하루밖에 걸리지 않는다. 집 안 곳곳에 ‘인공지능(AI) 홈’을 위한 기술들이 미리 탑재돼 있어 입주하는 순간부터 일상 속 AI 경험이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집안 전체를 마치 하나의 커다란 전자제품처럼 꾸민 모듈러(조립식) 주택을 공개했다. 주택 건설 단계에서부터 AI 기술을 활용해 생활은 물론, 에너지 소비와 보안 문제까지 구상할 수 있는 차세대 주거 모델이다.

삼성전자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25’에서 모듈러 건축에 AI 홈 기술을 더한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단독 전시장인 시티 큐브 베를린 앞에 218㎡(66평) 규모의 주택을 지어 관람객이 직접 내부를 체험할 수 있게 했다. 해당 주택은 삼성물산 한국 공장에서 제작된 뒤 선박을 통해 베를린까지 공수됐다. 표준화된 환경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제작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고, 건축비 역시 기존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한다.

거실과 방 2개, 화장실을 갖춘 집 내부로 들어서자 일반적인 한국 주택과 똑같은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각각의 공간은 목적에 맞춰 보안과 사물인터넷(IoT), 엔터테인먼트, ‘넷 제로’ 에너지, 수면, 스마트싱스 프로 등 6개 주제로 꾸며졌다.

AI CCTV와 스마트 도어락이 설치된 현관을 지나자마자 조명이 알맞은 조도로 켜졌다. 입주자는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원하는 주거 환경을 설정할 수 있다. 이보나 삼성전자 DA(생활가전)사업부 CX 인사이트 그룹 상무는 “모듈러 주택은 입주 시 QR 코드만 스캔하면 한 번에 설정이 끝나 매우 간편하다”고 설명했다.

냉·난방은 가스 대신 최적화된 가정용 히트펌프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창고 공간을 활용해 태양광 패널과 태양광 배터리(ESS)도 빌트인으로 설치됐다. ‘AI 절약 모드’를 통해 월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런 요소들이 합쳐져 탄소배출량과 전기요금을 최소화한 ‘넷 제로 홈’이 구현되는 것이다.

다목적실에는 삼성전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모니터가 설치돼 게임과 영화 감상 등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게 했다. 침실 역시 AI로 조명과 공조 기기 작동을 최적화해 안전하고 편안한 수면 환경을 제공한다.

이번에 전시된 모듈러 주택의 경우 3개 모듈을 붙여 만들어졌지만, 조합을 바꿔 다른 형태로도 구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모듈러 홈을 세로로 쌓거나 가로로 확장하는 등 사용자가 원하는 모습으로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독일은 전체 주택의 약 7%, 북유럽은 30∼40%가 모듈러 건축 방식으로 지어졌다. 박찬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번 IFA를 기점으로 모듈러 건축에 AI 홈 기술을 더한 ‘스마트 모듈러 홈’ 솔루션을 본격 상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를린=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