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3자 회동은 극한 대결로 치닫던 여야 정치권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정치 복원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악수조차 거부하던 여야 대표는 대통령실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서로의 손을 잡았고, 이 대통령은 3자 회동에 이어 취임 후 처음으로 야당 대표와 단독 면담을 가졌다. 겉으로 보인 모습만큼은 여야의 화해 시도이자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존중의 시간이었다.
회동에서 최근의 꽁꽁 얼어붙은 정국과는 상반되게 상대를 배려하고 협치에 나서겠다는 대화가 많았던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국민 통합이 가장 큰 책무다. 야당을 통해 국민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하고 그게 정치의 본령”이라고 했고, 장 대표 역시 “민생과 경제를 위해 머리를 맞대자”고 강조했다. 즉석에서 ‘민생경제협의체’ 구성에 합의한 것도 성과다. 통상 이런 협의체는 여권에서 먼저 요청해 야당이 수용하는 형식이었지만, 이번에는 장 대표 제안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야당 대표가 요청하면 적극 소통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어제 회동만 놓고 보면 근래 ‘정치 실종’이라는 단어가 왜 생겼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대통령과 여야는 이전에도 협치를 약속했었고, 이름이 조금 다를 뿐 ‘협의체’구성에도 합의한 적이 있다. 문제는 그렇게 말을 해놓고 행동은 달라지지 않은 탓에 채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대립의 평행선이 그어졌다. 어제 회동도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당장 오늘부터라도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선 여당은 입법 독주와 ‘더 센 특검법’ 등으로 제1야당을 죽이는 정치를 하지 말아 달라는 장 대표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야당도 내란을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외교·안보·국방 등에 대해선 초당적으로 협력해 달라는 정 대표 요청에 화답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도 “여당과 한 번 대화할 때 야당과 두 번, 세 번 대화해 달라”는 장 대표 말에 호응하기 바란다.
어제 정 대표가 “국민을 위해서라면 정치는 없는 길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모두가 그런 자세로 정치를 한다면 정치 복원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앞으로 국민은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어제 한 말들을 실천하는지, 진짜로 꽉 막힌 정치를 뚫어 협치의 길을 만들어내는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