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확정된 정부 조직개편안은 여권의 진영 논리에 치우치면서 정책 혼선 및 국가 경쟁력 약화를 부를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야당 등 각계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입법권을 장악한 거대 여당과 정부·대통령실의 독주만 도드라졌다. 검찰청 폐지, 경제 컨트롤타워인 기획재정부의 예산·재정 분리가 대표적인데 관심도에선 다소 밀리지만 환경부의 기후에너지환경부 확대 개편 역시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담한 에너지 정책을 환경부로 넘긴 게 골자인데 대선 공약인 재생에너지산업 육성, 탄소중립에 힘을 싣기 위함으로 보인다. 하지만 설계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무엇보다 규제 중심의 환경부가 진흥이 필요한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것부터 모순이다. 가령 이재명정부의 국정과제인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은 산지나 바다 곳곳에 송전탑과 전선을 깔아야 한다. 한 부처에서 공사도 독려하고 환경영향평가도 하는 셈인데 작업 속도가 제대로 나겠나. 정부의 역점 사업인 인공지능(AI) 강국 건설을 위한 전력 공급 및 확보에서도 기존 산업부만큼의 지원이 이뤄질지 의문이다.
독일,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에너지와 기후를 합친 부처를 신설했다가 전력 비용 급등, 제조업 경쟁력 약화의 부작용으로 원위치한 경험이 있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8일 기후에너지환경부 개편에 “산업 현장과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다. 해상 풍력 육성과 해양 오염 규제 중에 무엇을 우선할 것인가”하고 반문했다. 해외의 반면교사와 여당 내 반발 목소리도 외면한 채 고집스럽게 안을 밀어붙이는 건 국익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부 조직개편은 행정의 근간을 바꾸고 민생에 큰 영향을 주는 중차대한 일이다. 하지만 여권은 충분한 토론과 숙고 없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속도전 처리로 일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여야 오찬회동에서 “국민 통합이 대통령의 가장 큰 책무다. 야당 목소리를 많이 듣겠다”고 말했다. 독주를 통해 목표달성을 한 뒤 통합을 꺼내면 공허할 따름이다. 발언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대통령이 직접 개편안 보완과 숙의를 여당에 주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