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의 꿈에 거액 베팅하는 억만장자들

입력 2025-09-08 18:57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에서 ‘장수’와 ‘불멸’에 관해 사담을 나누는 모습이 현장 카메라에 포착됐다. 72세 동갑내기인 두 스트롱맨의 이 대화는 전승절 행사만큼이나 주목을 받았다.

‘불로장생’의 꿈에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은 이미 거액을 베팅하고 있다. 인간의 수명을 연장하려는 이른바 ‘장수 산업’(longevity industry)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 데이터베이스 피치북과 규제 당국 제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25년간 장수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 사업에 투입된 자금은 125억 달러(17조3500억원)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장수 산업을 이끄는 대표적 인물은 페이팔과 팔란티어 등을 창업한 피터 틸이다. 그는 직접 또는 펀드를 통해 관련 기업 여러 곳에 7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스타트업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에 1억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노화 세포를 재생하는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한다.

또 다른 스타트업 ‘뉴리미트’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과 틸이 공동으로 세운 회사다. 전 구글 CEO 에릭 슈미트와 팔란티어 공동창업자 조 론스데일도 투자자로 참여했다. 뉴리미트 역시 노화 세포 재생을 목표로 지금까지 2억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비주류 학문으로 분류되던 노화 연구가 억만장자들의 대규모 투자로 인해 주류 과학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인간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일이 여전히 요원하다고 본다.

노화 연구자인 토머스 래플린 스탠퍼드대 교수는 “아직은 대부분의 기업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많은 돈이 투자되는 가운데 결국 하나의 성공 사례가 등장한다면 그때는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