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배우 신애라(56) 순전한교회 집사의 담담한 목소리가 강연장에 울려 퍼졌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도 하나님 안에서 해석되면 그것이 곧 재능이 되더군요.” 어린 시절 부모의 별거 경험을 고백하는 그의 이야기에 객석 곳곳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보였다.
신 집사는 7일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에서 열린 북토크 콘서트에서 “어머니가 생계를 위해 집을 비우면서 할머니 댁에 맡겨지곤 했다. 다시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밤마다 울며 기다리던 그 기억이 시설 아이들의 마음과 겹쳐졌다”고 말했다. 지금은 그 아픔이 보육원 아동을 돕는 야나(YANA·대표 이수정) 사역의 출발점이 됐다고 전했다.
‘그래서, 감사다’를 주제로 열린 북토크에선 배우 김정화 사모가 사회를 맡아 저자들의 대화를 이끌었다. 야나 홍보대사인 신 집사는 지난해 펴낸 책 ‘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규장) 집필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책을 쓰다 보니 내 뜻대로 되지 않았던 아픔의 순간들이 하나님과 만나며 달란트가 됐음을 알게 됐다”며 “믿음이란 결국 하나님께 ‘그래서 그러셨군요’라고 고백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설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가정이 어떤 곳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성장한다”며 “누군가와 외식하고 여행을 가고 집에서 하루를 함께 보내는 경험이 전혀 없다. 야나 사역은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삼 목사는 신간 ‘모든 날이 감사하다’(두란노)를 소개하며 “돈을 벌거나 좋은 대학에 들어간 일에 감사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며 “크리스천의 감사는 손해를 보고도, 길이 막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리는 감사”라고 말했다. 김 목사는 특히 “보육원 아이들의 힘든 삶 자체가 감사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시간을 헛되게 두지 않으신다”며 “교회와 성도들이 아이들과 만나 가정을 이루고 관계를 맺을 때 그 고통은 새로운 의미로 바뀐다”고 전했다.
북토크 후반에는 자립준비청년 사역 소개가 이어졌다. 야나는 2012년 미국에서 시작돼 2017년 한국에 들어온 뒤 2019년 비영리단체 등록, 2022년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넌 혼자가 아니다(You Are Not Alone)”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보육원 아동과 자립준비청년에게 건강한 가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소명으로 삼는다. 아동과 가정을 연결해 일대일 돌봄을 제공하고 심리·의료 지원, 자립캠프, 문화체험 사업도 진행한다.
2023년 시작한 만나교회의 ‘야만나’는 야나 사역의 교회형 모델이다. 성도들이 아이들과 결연을 하고 예배·식사·여행 등을 함께하며 단발적 봉사가 아니라 장기적 관계 속에서 ‘또 하나의 가족’을 이룬다. 지금껏 44개 가정이 결연에 참여했다. 만나교회뿐 아니라 순전한교회(이태재 목사)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등 7개 교회가 보육원과 연결돼 같은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
성남=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