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국방부 명칭을 ‘Ministere des Armees(군대)’로 바꿨다. 군무부나 군사부로 번역될 이름은 제5공화국을 연 드골 정부에서 쓰던 거였다. 군의 역할을 방어로 규정한 명칭 대신 그 주체인 군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프랑스 정부는 “국가 수호는 국경에 머물지 않는다”고 했다. 국제사회에서 군사적 역할을 감당하려는 젊은 대통령의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극히 일부인 이런 예외 말고는 현재 모든 나라가 군 통할 부처를 국방부(Ministry of Defense)로 부르고 있다. 북한도 2020년 정상국가임을 내세우려 인민무력성을 국방성으로 개명했다. 2차 대전 후 등장한 명칭인데, 그 전에는 ‘전쟁부(Ministry of War)’가 대세였다. 미국은 건국, 영국은 크림전쟁, 프랑스는 시민혁명,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후 줄곧 전쟁부란 이름을 썼다. 직관적인 작명이었다. 군은 싸우는 조직이고 국가 간 싸움은 전쟁이니, 군 관리는 곧 전쟁을 위한 업무라 본 것이다.
전쟁부란 명칭에는 한바탕 치고받아야 다툼이 해결되던 정글의 국제 질서가 투영돼 있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은 뒤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1947년 국방부로 개명하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전쟁을 당연히 벌어질 일로 전제하는 전쟁부와 달리 국방부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선 마다하지 않겠지만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2차 대전에 유럽이 폐허가 되면서 패권 경쟁자가 사라지고, 소련과도 냉전에 접어든 터라 ‘평화의 수호자’ 이미지를 구축하는 ‘국방’ 개념이 미국에 더 요긴했던 것이다.
각국이 따라하면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세계는 전쟁 공포가 한층 줄어든 80년을 보냈다. 그런 명칭을 전쟁부로 되돌리겠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군의 강함을 부각하려는 의도라 한다. 싸우지 말자면서 방어를 앞세울 때 아무도 그 강함을 의심치 않았는데, 다시 전쟁을 들먹이며 세 보이려 하고 있다. 스스로 폐기한 용어를 불러내야 할 만큼 미국의 패권이 불안해졌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