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리 경제에 빵 가격 상승이 남긴 과제

입력 2025-09-09 00:34

우리나라 전통 주식인 밥에 비해 빵은 간식 정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빵 소비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고, 관련 시장 규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이것은 1인 가구의 증가와 분주한 일상 속에서 기호와 편리에 따라 다양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식생활 문화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물론 쌀로 만든 음식 중 김밥이나 떡도 그렇다. 그런데 꽤 오랫동안 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빵값도 크게 올라 빵플레이션(빵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말까지 회자된다.

그 가운데 최근 한 인플루언서가 매우 저렴한 가격의 빵을 파는 팝업스토어를 열었던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여기서 매겨진 빵값은 그간 빵집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한시적 영업을 위해 특별히 조성된 매장에서의 비용 조건을 다른 일반 빵집과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아무튼 이런 빵값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을 기준 시점으로 한다. 2025년 6월의 빵 가격 지수는 기준 시점의 1.39배인데 이는 5년 동안 매년 평균 6.73% 인상됨 셈이다. 연평균 상승률은 밀가루 6.25%, 우유 4.44%, 달걀 7.34%, 설탕 7.96% 등이다. 그 외에 전기와 가스요금도 각각 7.38%, 7.76%의 연평균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빵의 생산비용과 연관성 있는 다른 품목들의 높은 가격 상승률을 감안하면 빵 가격 상승률이 어느 정도 설명될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이는 소비자 가격 지수들이다. 빵을 만드는 데 가장 대표적 원재료인 밀가루의 경우 생산자 가격 지수로는 5년간 연평균 3.9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더욱이 밀의 국제 거래 가격은 2022년 상반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급등했으나 2023년부터는 전쟁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심지어 올해는 2020년 평균과 비슷할 정도로 매우 낮아졌다. 그럼에도 밀가루는 생산자 가격만 다소 낮아졌을 뿐 소비자 가격은 고점에서 큰 변동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밀가루 생산에 밀 이외의 인건비 등 다른 비용 요소도 고려돼야 하고, 생산자가 미리 확보한 밀의 재고 또는 계약 물량의 가격이 현재 가격과 다를 수도 있지만 시장 구조상 우리나라 제분 기업들이 가격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도매상과 소매상을 경유하는 유통 과정도 중요하다.

만일 빵집 사업자가 개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빵값을 인상하고자 할 때 적어도 마진율을 더 높이지만 않는다면 이때의 빵 가격 인상률은 그 원재료 가격 상승률보다 낮아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5년간 빵 가격의 연평균 상승률은 다소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밀가루 조달 가격 상승률이 생산자 가격 지수 상승률보다는 조금 더 높을 수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말이다. 더욱이 요즘은 물가 부담으로 인해 가계소비가 위축돼 있고 경제 순환의 좋은 흐름을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기도 하다.

공급자가 최대한의 비용 절감 노력과 함께 마진율을 유지하기보다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면 가격은 실제로 낮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비자들도 엄격한 소비 지출 통제에서 벗어나 소비를 확대해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작더라도 이렇게 경제성장의 계기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생산의 유일한 목적이며 생산자의 이익은 소비자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범위 안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했던 애덤 스미스의 말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