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확장 예산안과 경제성장의 초석

입력 2025-09-09 00:31

정부가 지난 3일 728조원 규모의 2026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 대비 8.1% 증가한 대규모다. 정부가 올해 예산을 전년 대비 2.5% 늘린 것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증가율을 나타낼 정도의 슈퍼예산이다. 새로운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으로 기술이 주도하는 초혁신경제, 모두의 성장·기본이 튼튼한 사회, 국민안전 및 국익 중심의 외교·안보 등으로 새정부 경제성장 전략과 연계해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뒷받침하는 예산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분야별 재원 배분을 보면 총지출증가율 8.1%를 상회하는 분야는 연구개발(R&D), 산업, 일반행정, 문화, 국방, 복지다. 반면 SOC, 농림, 환경, 교육, 외교·통일은 상대적으로 증가율이 낮다. 재정 혁신은 지출 구조조정, 지방 자율성 제고, 성과지향 R&D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확장재정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5년 49.1%에서 2026년 51.6%로 상승한다. 중기재정운용계획상에서는 2029년 국가채무는 1788조9000억원으로 GDP 대비 58%까지 상승한다. 문제는 재정적자율이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2024년 4.1%, 2025년 -4.1%이고 2027년 -4.1%, 2028년 -4.4%, 2029년 -4.1%로 유지된다. 관리재정 기준 재정적자율은 3% 이하가 일반적이다. 재정적자율 3%와 국가채무(D1)비율 60%는 유로화 도입을 위한 경제 통합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설정된 수치다. 또한 여기에 비영리 공공기관을 포함하는 일반정부 부채(D2), 공공부문 부채(D3)까지 포함하면 80%를 넘길 확률이 높다. 따라서 대외 신인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약 7년간의 장기 저성장 상황에서 재정정책과 산업정책은 필수다. 또한 경기 침체에 체감물가는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민생은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따라서 확장재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재정정책으로 무분별하게 돈을 푸는 것은 곤란하다. 이러한 확장재정 정책은 재정지출 확대가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세수 증가 및 재정건전성 향상의 선순환을 가져와야 한다. 정부도 새해 예산안에서 AI 등 신기술 분야에 예산을 이전보다 많이 책정하고 R&D 예산을 올해보다 19.3% 증가시키는 등 성장잠재력 제고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성장률이 바로 오르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커지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데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즉 성장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초석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신기술에는 기술 인력을 키우고 중소기업을 키워야 한다. 현재 신기술을 연구하는 인력들은 이미 해외로 계속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과 같이 AI 눈알 붙이기 등의 단순 인력만 구하지 말고 진짜 기술 인력 확대에 정부가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선순환 정책이 성공하려면 먼저 재정의 구조 개혁을 통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하게 줄여야 하고, 생산적 지출을 중심으로 예산을 늘려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내국세의 20.79%인 초중고 교육교부금 등을 손봐야 하고, 복구사업 등이 아닌 선심성 토목공사를 지양해야 한다. 또한 지역 활성화에는 일부 도움이 되지만 국가적으로 물가를 올리는 각종 화폐 및 상품권 사업과 기본소득, 기초연금, 구직급여 등 사업들도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이전의 미국과 일본 경제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경제는 장기 저성장에서 단기간에 빠져나오기는 어렵다. 이럴 때 신기술을 개발하고 산업정책을 통해 기초체력을 올려놓아야 한다. 따라서 신기술에는 기술 인력에 대한 투자를 증가시켜야 하고, 산업은 신기술을 접목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이 만족되었을 때 다시 성장하는 한국 경제의 초석이 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
경제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