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혹독한 여름이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한반도를 휩쓸며 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었다. 한반도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극심한 폭우가, 스페인에서는 폭염과 산불이 이어지며 전 세계는 기후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탄소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점에 이견은 없어 보인다. 국제사회가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아래로 제한하려 노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 제로’를 목표로 정책적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농업도 예외일 수 없다. 흔히 온실가스라 하면 제조업이나 운송업을 떠올리지만 우리나라 탄소 배출량의 약 3%는 농업에서 발생한다. 비중은 작아 보여도 농업이 기후 위기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임을 감안하면 탄소 감축은 농업의 생존 문제나 다름없다. 농업 분야 탄소 배출량의 약 30%는 의외로 벼 재배 과정에서 나온다. 논에 물을 넣어 가두면 토양 내 산소가 차단되는데, 이때 토양 속 혐기성 세균이 유기물을 분해하며 메탄을 생성한다. 질소 비료 역시 온실가스 배출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탄소 감축 해법은 이미 현장에 있다. ‘저탄소 농업’은 물을 중간에 빼거나 얕게 대는 물 관리를 통해 토양에 산소가 유입되도록 해 메탄을 줄인다. 여기에 농업 부산물을 숯으로 만든 바이오차를 투입하면 탄소를 장기간 격리하면서 토양 개량 효과까지 얻어 일석이조다. 다만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농민들은 생산량 감소나 관리 부담 증가를 우려한다. 이러한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는 관련 연구를 이어가는 동시에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을 도입해 농민들의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농민이 물 관리나 바이오차 투입 같은 저탄소 농업 활동을 하면 정부가 점검 후 활동비를 지급해 전환을 유도한다. 정책에 힘입어 농업 현장도 움직이고 있다. 사업 시행 2년 차인 올해 상반기 전국 약 1만2400여 농가, 3만4000여㏊가 사업에 참여했다. 특히 물 관리 분야는 지난해보다 신청이 2배 늘며 정책의 실효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업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저탄소 영농 활동 이행 여부에 대한 정확한 검증의 중요성도 커진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저탄소 농업 프로그램 전담 관리기관’ 역할을 맡은 배경이다. 공사는 전국적 조직망과 농업용수 관리 전문성을 바탕으로 모니터링과 검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공위성, 센서를 활용한 검증 고도화와 함께 농민 대상 홍보와 교육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기후 위기 대응의 핵심은 탄소 감축이다. 농업이 기후 변화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만큼 능동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농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영농 방식을 온전히 전환하도록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검증을 계속해야 한다. 저탄소 농업이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더 많은 사람이 이 변화에 동참하고 공감하길 기대한다.
김이부 농어촌공사 환경관리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