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가(MASGA)’ 등 대규모 대미 투자가 예고된 상황에서 미국 현지 우리 기업의 한국인 근로자 수백명이 미 이민 당국에 구금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정부는 주말 간 외교 총력전을 펼쳤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국가안보실 등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라인과 외교부 채널이 총동원돼 교섭이 긴박하게 진행됐고, 구금 사흘 만에 석방 교섭을 타결하는 성과를 냈다.
7일 정부는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등을 통해 미국 측과 긴박하게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의 석방을 위한 교섭을 이어간 결과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안보실과 외교부 주도로 교섭을 진행했다”며 “귀환을 위한 행정 절차만 남아 있다”고 밝혔다. 위성락 안보실장과 그의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이 사태 수습에서 키(key)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8일 출국 예정인 조현 외교부 장관은 루비오 장관과 국토안보부 관계자 등을 만나 재발 방지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당국자는 “조 장관이 남은 절차를 마무리하고, 구금된 전원을 전세기로 귀국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 현장대응팀은 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치소를 방문해 수감된 한국인 100여명에 대한 영사면담을 진행하는 등 전원 면담을 추진 중이다.
미측도 외교라인 간 통화를 먼저 요청하는 등 이번 사태가 대미 투자 동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밤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과 통화에서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유관 부처와 긴밀히 소통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업계가 관행적으로 해오던 비자의 변칙 사용을 개선하고, ‘패스트 트랙’ 등 비자 문제 해결에 정부가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금자 대부분은 90일만 체류할 수 있는 이스타(ESTA)나 6개월짜리 B-1 비자(단기상용비자) 등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회의 참석·계약 체결 활동은 가능하지만 취업·노동 등을 할 수 없는 비자다.
그러나 전문직 취업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는 발급에만 수개월이 걸려 기업들은 관행적으로 이스타와 B-1 비자를 활용해 인력을 파견해왔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유사 사례의 재발 방지를 위해 관계부처 및 기업 등과 공조해 비자체계를 점검·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예슬 윤예솔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