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7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미 이민 당국의 한국인 300여명 체포·구금 사건과 관련해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 측 행정 절차가 끝나는 대로 전세기를 동원해 국내 송환에 나설 방침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고위급 채널을 통한 조속한 송환 협조를 위해 8일 미국으로 출국한다.
강 실장은 서울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정부 부처와 경제 단체, 기업이 한마음으로 신속히 대응한 결과 구금된 근로자들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면서 “행정 절차만 남아 있고, 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국민 여러분을 모시러 출발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한·미 양국은 사건의 조기 해결을 위해서는 구금된 우리 국민 전원이 전세기로 신속하고 무사하게 귀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세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미국 내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를 통해 일괄 귀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구금된 국민을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시키는 방안을 미 당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의 경우 추방 기록이 따로 남지 않고 추후 미국에 입국할 때도 별도 제한이 없다.
조 장관은 한국인 체포 사건 해결을 위해 8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차원에서 석방 협상을 마무리했다 해도 전세기를 통해 구금됐던 한국인을 데려오려면 정부 간 행정 절차 협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 이민세관단속국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체류자 단속을 실시, 475명을 체포했다. 구금된 인원 가운데 한국인은 300명이 넘는 것으로 정부는 파악했다.
단속 직후 국토안보수사국은 “(체포된 이들은) 미국에 불법적으로 체류 중이거나 체류 자격을 위반한 상태에서 불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며 “이 중 일부는 미국 국경을 불법으로 넘었고, 일부는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통해 입국했으나 취업은 금지된 상태였으며, 다른 일부는 비자가 있었지만 체류 기간을 초과한 경우였다”고 설명했다.
체포된 한국인 중에는 LG엔솔 직원과 공장 건설을 맡은 현대엔지니어링 협력사 소속 직원들이 포함됐으며, 이들은 대부분 전자여행허가(ESTA)나 회의 참석·계약 등을 위한 상용 비자(B1)를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승욱 최예슬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