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 변수 직면한 현대차, 대미 투자 일정 지연될 전망

입력 2025-09-08 00:18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가 ‘불법체류자 단속’이라는 돌발 변수에 직면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셀 공사(HL-GA 배터리 회사) 현장에 대해 미국 이민 당국이 대규모 단속을 벌이며 수백명의 근로자가 연행됐다. 공사는 사실상 전면 중단됐다. 현대차그룹이 준비 중인 미국 내 투자 시나리오 전체 일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HL-GA 배터리 공장은 현대차그룹이 북미 전기차 공급망을 현지화하기 위해 공을 들인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2023년부터 총 5조7000억원이 투입돼 연간 30기가와트시(GWh) 규모 배터리셀을 생산, 현대차·기아 전기차 약 30만대에 공급할 예정이었다. 올해 말 본격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대규모 인력 공백으로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 지연은 전기차 생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번 단속 여파가 HL-GA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260억 달러(약 36조1300억원)를 투입해 미국 현지에 전방위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배터리 공장 인근에 있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능력을 30만대에서 50만대로 확대하는 등 현재 70만대인 미국 내 생산 능력을 120만대로 늘릴 계획이다.


제철 부문에서는 루이지애나주에 270만t 규모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고, 로봇 분야에서는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부품과 물류를 현지화하고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등 미래 신기술에도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는 등 청사진을 그렸다.

그러나 이번 단속으로 공사 현장에 투입되는 한국인 인력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각종 공장 착공과 인허가 절차가 지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 내 반이민 기조가 강화된 상황에서 기존 단기 체류 인력에 의존한 건설 방식으로는 공사를 진행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공사 일정 차질을 넘어 미국 내 투자 일정 전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 기일 연장과 인건비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철강·로봇 등 미래 자동차 생태계를 아우르는 투자가 발표된 지 불과 몇 주 만에 단속이 발생해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내 투자를 늘리는 것을 넘어 건설 인력까지 현지에서 고용하라는 시그널로 볼 수 있다”며 “현지 인력은 구하기도 어렵고, 전기 등 기술자들의 일당은 하루에 100만원을 웃돌아 공사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협력업체와 하청업체까지 포함한 고용 질서 준수 기준을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직접 고용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근무 인력에 같은 수준의 법적 기준을 적용하며, 향후 크리스 수속 북미 제조총괄책임이 공급업체와 하청업체의 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하도록 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성명에서 “계약업체와 하청업체의 고용 관행을 철저히 검증하고, 법을 따르지 않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