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사업을 하는 국내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4곳(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KB증권) 중 모험자본 투자 규모가 자기자본의 10% 미만인 곳은 NH투자증권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 당국은 최근 증권업의 질적 개선을 위해 2028년까지 발행어음 조달액의 25%를 모험자본에 투자할 것을 의무화했다.
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국내 종투사의 모험자본 투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KB증권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2조5000억원으로 당시 자기자본(6조6000억원) 대비 37.87% 수준이다. 발행어음 사업자의 경우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 현재 자기자본의 배인 13조20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모험자본 비중은 18.94%다.
모험자본이란 혁신 기업이나 초기 단계 기업에 투자하는 자금을 말한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자금공급, 창업투자회사·신기술금융회사 등 벤처캐피털(VC), 코넥스 주식에 대한 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모험자본 투자 비중이 가장 낮은 곳은 NH투자증권으로, 자기자본(7조3000억원)의 9.58%(7000억원) 규모다. 다른 발행어음 사업자인 미래에셋증권(21.42%), 한국투자증권(22.47%)과 비교해도 극히 작다. 아직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지 않은 삼성증권(19.11%) 메리츠증권(31.14%) 하나증권(11.66%) 신한투자증권(18.18%) 키움증권(12.50%)보다도 작다.
금융 당국은 지난 4월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종투사의 모험자본 투자를 2028년까지 발행어음 조달액의 25%로 의무화했다. 금융위는 “종투사 기업금융의 질적 개선이 여전히 미흡하다”며 “종투사의 총자산 중 모험자본 비중이 2.23%에 불과한 반면 부동산 쏠림이 심화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이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력을 갖추고 한국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모험자본 투자 의무화를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금융당국의 정책 취지에 맞게 증권사들은 혁신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해 시장의 신뢰에 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 측은 “상반기 기준 모험자본 투자를 1조1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한 상황이며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신청을 준비하면서 현 정부 정책 방향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투자 계획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