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당내 퇴진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7일 전격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누가 자민당 총재 및 총리에 오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자민당 후임 총재 선거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시바 총리가 퇴임 의사를 밝히면서 자민당은 올가을 중 총재 선거를 시행할 것”이라며 “고이즈미 농림수산상과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의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직전 총재 선거와 같은 방식으로 한다면 총재 선거 투개표는 10월 초순에 실시되는 방안이 부상한다”고 전했다. 총리 지명선거는 통상 총재 선거 며칠 뒤에 진행된다.
내각제인 일본에선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되며 현재 제1당은 자민당이다. 다만 이번 선거는 지난해 달리 중·참의원 모두 여소야대로 변한 상황에서 치러진다. 야당이 결집한다면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 있지만, 지난해 중의원 선거 직후 총리 지명선거처럼 야당이 분열되면 새 자민당 총재가 총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하려면 당내 현역 의원 20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현역 각료인 고이즈미도, 아소 다로 전 총리를 뒷배로 둔 다카이치도 추천인 확보에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현재 여론조사로는 판세를 가늠하기 어렵다. 닛케이가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차기 총리 선호도 조사에서 다카이치가 23%로 1위, 고이즈미가 22%로 2위였다. 하지만 자민당 지지층으로 좁힌 조사에선 고이즈미 지지율이 32%로 다카이치(17%)를 크게 앞섰다.
고이즈미는 2009년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중의원에 당선된 뒤 5선을 지냈다. 짧지 않은 정치 경력에도 아직 40대(1981년생)다. 지난 5월 농림수산상이 된 뒤 과감한 ‘반값 비축미’ 방출로 쌀값을 끌어내리는 성과를 냈다.
다카이치는 일본 자위대의 정규군 전환을 주장하면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는 강경 보수파다. 그는 지난해 9월 총재 선거 결선투표까지 올라갔으나 이시바 총리에게 패했다. ‘여자 아베 신조’로 불릴 만큼 강경한 다카이치가 총리에 오를 경우 한·일 관계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이밖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과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등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