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회사 HL-GA 건설 현장에서 ‘무더기 구금’ 사태가 발생하자 비상대응에 돌입했다. 사태 대응을 위해 회사 인사 책임자를 현장으로 급파했으며, 미국 출장도 전면 중단했다.
김기수 LG에너지솔루션 최고인사책임자(CHO)는 7일 오전 미국으로 출국하며 “지금은 우리 직원과 협력업체 직원 모두의 신속한 조기 석방이 최우선”이라며 “정부에서도 총력을 다해서 대응해 주시고 있는 만큼 모두의 안전하고 신속한 복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구금자들의 정기복용 약품 등을 파악해 필요의약품이 구금자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관련 당국과 협의를 통해 구금자 면회 및 연락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고객 미팅 등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하라는 내부 지침도 내렸다. 현재 방미 중인 출장자는 즉시 귀국하거나 숙소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현대차도 내부 공지를 통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아니라면 미국 출장을 보류할 것을 권고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단속된 인원 다수가 협력업체 소속인 만큼 협력업체 고용 실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인 다른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자동차·반도체·조선·철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현지 투자를 늘리는 상황에서 어디든 갑작스럽게 미 당국의 단속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삼성전자는 약 3개월 전부터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미국 출장을 가는 경우 최대 2주 이내로만 체류하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 단속에 대비해 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6월쯤 ESTA로 출장을 갈 경우 2주 안으로 귀국하라는 공지가 있었다”며 “장기체류하는 경우에는 상황에 맞는 비자를 발급받아 출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패키징 공장 건설을 준비하는 SK하이닉스는 아직 공장 착공 전이라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임기 내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직원들의 비자 관리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건설에 관여하는 근로자는 현지 채용이 가능하지만 숙련공은 한국에서 갈 수밖에 없다”며 “당초 짧게 체류하려다가 공기가 밀려 체류가 길어지는 경우도 있을 텐데 회사 차원에서 좀 더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허경구 심희정 김민영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