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조선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계기로 국내 조선산업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중형 조선업계는 심화되는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안보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정부의 과감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발간한 ‘2025년 상반기 중형조선산업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중형조선사의 수주량은 15만CGT(표준선 환산톤수)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 급감한 수준이다. 케이조선이 중형 탱커 6척을 수주한 것을 제외하면 대한조선 대선조선 HJ중공업 등은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 상반기 중형조선사의 수주액 역시 2억9000만 달러(약 4000억원)로 전년 대비 81.5% 감소했다. 국내 신조선 수주액에서 중형조선사 수주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0.8%에 그쳐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 아래로 내려갔다.
보고서는 신조선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중형사들이 수주해오던 수에즈막스급(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선박) 탱커 등 고가 선박 발주가 없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중형조선사의 수주 잔량은 상반기 말 기준 168만CGT(63척)이다. 약 2년치 일감으로 추정된다. 하반기 이후에도 수주 가뭄이 이어진다면 향후 정상 영업이 어려워지거나 선가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중형조선산업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크게 축소된 뒤 정책적으로 소외돼 왔다”며 “재무적·구조적 한계로 기술적 변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중형조선산업은 10년 후를 전후로 소멸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