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한국인 300여명을 구금한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은 과거 미 정부 감사에서 곰팡이와 벌레 등 열악한 환경을 지적받았던 곳이다. 지난해 이 시설에 구금된 인도인이 건강 문제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지역 인권단체의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조지아주 인권단체 ‘정의구현을 위한 아시아계 미국인’은 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공장 노동자들이 수감된 구금 시설은 연방 감사에서 비인도적 환경과 위반 사례가 적발된 시설”이라고 지적했다.
포크스턴 시설은 ICE와 계약을 맺은 민간 교정업체 지오(GEO)그룹이 관리한다. 최대 수용 인원은 1100명이다. 현재 포크스턴 시설은 체포된 외국인 체류 신분 등을 조사하고 처리 방침을 결정할 때까지 두는 ‘처리센터’로 운영된다.
미 국토안보부 감사실은 2022년 6월 보고서에서 이 시설에 대해 ‘수감자의 안전과 권리를 훼손하는 위반 행위’를 다수 적발했다. 찢어진 매트리스, 누수, 고인 물, 곰팡이, 낡은 샤워 시설, 벌레, 고장난 변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감사실은 “의료 직원이 수감자를 위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에는 불법 입국 중 체포된 인도 국적자 자스팔 싱이 이곳에 수감됐다가 사망해 의료 대응 부족 논란이 재차 불거졌다. 당시 싱은 흉통을 호소했고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됐지만 당직 의사가 다음 날 진료받도록 권고했다. 이후 싱은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고 결국 숨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 이민자 체포 실적을 높이기 위해 ICE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번 단속은 결국 미국 공장에선 미국인을 고용하라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시각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내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한 조지아주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6일 페이스북에 “내가 현대차 공장을 ICE에 신고했다”며 “우리 이민법을 따르든지 아니면 오지 말라. 미국에서 사업하는 건 특권”이라고 적었다. 브래넘은 “조지아 주민들은 정규직이 되지 못했고 한국 출신 근로자들로 대체됐다”며 “조지아의 가정, 일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차 공장에서 불법 체류자가 사망했고 당국에 알리지 않으려 현장에서 매장됐다는 주장이 있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