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관중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프로야구가 선수를 겨냥한 사이버 폭력으로 얼룩지고 있다. 일부 팬들이 선수와 가족을 향해 도를 넘는 독설을 퍼붓는 일을 반복하면서 단순 일탈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번지는 모습이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7일 KBO에 따르면 전날 기준 올시즌 KBO리그는 총 관중 1094만213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23일 2년 연속 1000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지난해 세운 역대 최다 관중(1088만7705만명) 기록을 넘어섰다.
이 같은 경사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선수협은 지난 4일 “선수들이 SNS를 통해 범죄 수준의 피해를 보고 있다. 현 사태를 방치할 경우 피해 양상이 고도화되고 확산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를 표했다.
선수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은 날이 갈수록 노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는 ‘아내가 해를 당할 수 있다’ ‘반려견을 독살하겠다’는 위협을 받았다. 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의 아내 역시 ‘교통사고로 가족이 모두 죽었으면 좋겠다’는 독설을 들었다고 밝혔다.
국내 선수도 예외는 없다. 한화 김서현은 전날 구단 최초로 우완 투수로서 시즌 30세이브 고지를 밟은 뒤 그간의 마음 고생을 털어놨다. 지난달 초 잠시 부진했던 그는 SNS에서 일명 ‘DM(직접 보내는 메시지) 폭탄’에 시달렸다. 김서현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팬들을 만나는 게 두려울 정도였다고 털어놨다.
선수협 자체 조사 결과 상황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지난달 20~24일 국내 프로야구 선수 16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NS 피해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64%에 해당하는 104명이 피해를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강경 대응하지 않으면 어떤 부작용이 속출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최동호 스포츠 평론가는 “소수의 신규 유입 팬이 선수에게 직접 타격을 주기 위해 SNS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프로배구에서도 악성 댓글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서야 포털 사이트 댓글 정책이 바뀌었다”며 “야구계 상황도 위험 수준으로 치달았다. 사법 처분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선수협과 KBO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선수협은 “선수를 대상으로 한 SNS 악용을 ‘사이버 테러’로 규정해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KBO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경찰청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