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통일교 게이트’ 핵심 피의자인 한학자(사진) 통일교 총재가 소환조사를 거부하며 김건희 특검과의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 한 총재는 전관 출신 변호인단을 꾸리는 등 총력전에 들어간 모습이다. 민중기 특별검사가 한 총재 변호인과 독대하며 ‘차담 논란’을 겪은 특검팀은 오는 11일 한 총재의 출석을 재차 압박하고 나섰다. 한 총재의 건강상 문제가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7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한 총재의 ‘공개 출석’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검은 8일 한 총재에게 소환을 통보했지만, 한 총재 측이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자 11일 재차 소환을 통보했다.
한 총재는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6000만원대 그라프 목걸이와 2000만원 상당 샤넬 가방 2개 등을 전달하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1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1억원을 건넨 혐의도 있다. 특검은 윤 전 본부장과 김 여사를 구속 기소하며 공소장에 한 총재와의 연관성도 적시했다. 특검은 한 총재의 허가로 이 같은 범행이 가능했다고 본다.
한 총재 측은 소환조사가 임박하자 변호인들을 전관 출신으로 꾸리며 일찌감치 대응에 나섰다. 한 총재 변호인단에는 이재명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낙마한 오광수 변호사와 ‘특수통’ 강찬우 변호사 등이 포함됐다. 특히 민 특검의 법관 시절 배석판사였던 법무법인 태평양 이모 변호사도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변호사는 최근 통일교 수임 사건을 숨긴 채 민 특검과 차담을 나눈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된 바 있다. 오 변호사는 특검보와 면담한 사실이 드러나자 지난 4일 사임했다.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한 서면·방문 조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강수를 뒀다. 한 총재의 건강 문제가 조사를 거부할 명분이 되지 않는다고 특검은 본다. ‘더는 흔들려선 안 된다’는 특검 내부 기류도 이 같은 판단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재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 시술을 받은 뒤 지난 5일 퇴원했다. 불출석 시 의료기록 검증이나 강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특검은 8일 알선수재 등 혐의로 구속된 전씨를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9일에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가 총리 비서실장에 임명된 과정을 확인하는 차원이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