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의 당혹스러운 우리 국민 체포… 재발 방지책 시급하다

입력 2025-09-08 01:30
미국 이민 당국 요원들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다수의 한국인을 상대로 불법 체류자 단속을 벌이는 모습. 일렬로 세워 호송 버스에 양손을 짚게 한 뒤 다리에 쇠사슬을 채우고 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이 5일 공개한 영상 중 한 장면이다. 연합뉴스

미국 이민당국이 지난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직원 300여명을 체포했다. 미국에 막대한 투자를 약속한 한·미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열흘 만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 국민들의 손발을 쇠사슬로 묶어 연행하는 장면은 당혹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행히 주말 사이 한·미 간 석방 교섭이 이뤄져 미국 측 행정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로 한국 직원들을 데려오기로 했지만, 애초에 생기지 말았어야 할 일이 벌어졌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미 당국은 이번에 한국인들이 허가받은 비자의 범위를 벗어나 현지에 체류했다는 이유를 들어 직원들을 체포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미국에 투자하러 온 동맹국 국민 수백명을 이렇게 마구잡이로 연행한 것은 과도하고 지나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미 당국이 수개월 전부터 단속을 준비해 왔다는데, 동맹국임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우리 정부나 기업에 사전에 문제를 알려 선제적 조치가 취해질 수 있도록 했어야 마땅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진 배경에 기업들의 안이한 태도가 있었던 게 아닌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미국에서 일을 하려면 전문직 취업 비자나 주재원 비자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비자는 발급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허가된 개수도 적어 한국 직원들이 단기 방문 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만 갖고 일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가 교민사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이런 식의 체류에 단속이 강화됐는데도 기업들이 안이하게 대처해 대규모 단속으로 이어졌을 것이란 얘기다. 그게 사실이라면 기업 책임도 가볍지 않다. 아울러 5000억 달러 투자 약속이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 때 정부가 기업들의 이런 고충을 사전에 해결하지 않은 점도 아쉽다.

이참에 정부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미국으로부터 한국 기업들의 특별 취업 비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받아내야 한다. 호주와 싱가포르의 경우 미국과 협상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취업 비자 쿼터를 받아낸 전례가 있다. 그런데 대미 투자 규모가 각 기업마다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으로 월등히 많은 투자를 하는 한국 기업들이 충분한 취업 비자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다. 이로 인한 사업 지연에 따른 미국 측의 손해도 적지 않으리라 본다. 미국 정부가 이번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태를 취업 비자 쿼터 확대로 화답해 한국 기업들과 미국민들 모두 윈윈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