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보다 많은 부장?… 늙는 대기업

입력 2025-09-08 00:22
지난 20년간 대기업 정규직에 종사하는 고령자는 500% 가까이 증가했지만, 청년층은 반대로 약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장 이중구조 실태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 부문의 고령자는 2004년 4만2000명에서 지난해 24만7000명으로 492.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정규직 청년은 19만6000명에서 19만3000명으로 1.8% 줄었다.

보고서는 학업·군 복무를 마치고 노동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23~27세를 청년으로, 60세 정년 의무화의 직접 수혜 대상인 55~59세를 고령자로 설정했다.


대기업 정규직 내 고령자 비중도 청년을 역전했다. 고령자 비중은 2004년 2.9%에서 지난해 9.3%로 6.4% 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청년 비중은 13.7%에서 7.3%로 6.4% 포인트 감소했다. 노조가 있는 대기업 정규직의 경우 고령자가 20년간 777% 늘어나고 고령자 비중은 8% 포인트 증가하는 등 고령화 추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대기업 정규직의 평균 근속연수는 2004년 10.40년에서 지난해 12.14년으로 길어진 가운데 신규 채용률(근속 1년 미만자 비중)은 9.6%에서 6.5%로 하락했다.

보고서는 “대기업 정규직의 높은 진입장벽에도 불구하고 2010년 이후 대기업 정규직 고용은 중소기업·비정규직 부문에 비해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며 “이는 저출생·고령화 심화와 2013년 정년 60세 법제화의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결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2013년 정년 60세 법제화로 대기업 정규직 부문에서 세대간 일자리 경합이 심화됐다는 주장이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비정규직 간 근로조건 격차는 20년간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중소기업·비정규직의 월 임금 총액은 288만원으로 대기업(497만원)의 57.9% 수준이었다. 사회보험 가입률과 복지 수혜율도 대기업이 100%에 육박하는 반면 중소기업·비정규직은 65~76%에 그쳤다.

경총은 “노동시장 경직성이 높은 대기업 정규직은 유연성을 높이고, 중소기업·비정규직은 사회안전망을 대폭 강화하는 맞춤형 정책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