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일 발표한 주택 공급안에는 가계부채 억제를 위한 금융 규제가 함께 담겼다. 당장 8일부터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가 규제 지역(서울 강남3구·용산구)과 수도권에서 2억원으로 축소·일원화되고, 매매·임대 사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정부는 이날 주택 공급 계획과 함께 ‘가계부채 추가 관리안’을 내놓고 최대 3억원인 1주택자의 규제 지역 및 수도권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이 규제는 전국 어디든 집을 갖고 있다면 무조건 적용된다. 최근 통계 기준으로 2억~3억원 구간의 전세대출을 받은 수도권 1주택자는 전체의 30%가량이다.
매매·임대 사업자는 규제 지역이나 수도권 내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게 된다. 담보인정비율(LTV)이 현행 30%에서 0%로 줄어든다. 다만 새로 지어진 주택의 최초 대출이나 공익법인의 대출, 임대사업자가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 등에는 기존 규정을 적용한다. 임대주택 공급 위축을 막기 위한 조치다.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규제 지역 LTV는 현행 최대 50%에서 40%로 강화된다. 비규제 지역은 기존대로 70%가 유지된다.
이런 내용은 8일부터 곧바로 적용된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이번 대책은 6·27 규제보다 파급력이 작아 불편함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국세청을 동원해 고가 주택 탈세 혐의에 세무조사도 나서기로 했다.
은행 입장에서 고액 대출을 내줄 유인을 줄이는 방안도 마련됐다. 각 은행은 취급하는 대출이 금리 고정형인지, 변동형인지 등 ‘유형’에 따라 매년 0.05~0.3%의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을 내는데 부과 기준이 ‘대출액’으로 바뀐다. 내년 4월부터는 취급하는 대출액이 ‘평균 대출액 이하’라면 0.05%의 요율이, ‘평균 대출액의 두 배 이내’라면 0.25%가, ‘두 배 초과’라면 0.3%가 적용된다.
일각의 예상과 달리 세입자가 받은 전세대출을 집주인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반영하는 규제는 제외됐다. 최근 전세사기 등 여파로 전세주택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부채질할 수 있어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DSR 규제에 전세대출을 포함하겠다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일관되게 밝혀온 입장”이라면서도 “서민 주거 안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시행 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택 공급안에 추가 금융 규제가 들어간 것은 가계부채 수요가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6월 6조5000억원까지 불었던 월별 가계대출 증가액은 6·27 규제가 적용된 7월 2조2000억원으로 급감했지만 지난달 다시 4조원대로 뛰었다. 100 초과 시 집값 상승 전망이 우세하다고 보는 주택가격전망지수 또한 6월 120에서 7월 109로 꺾였지만 지난달 111로 다시 반등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