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제1야당 대표와 마주 앉으며 협치에 시동을 건다. 그러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야당 탄압’ 프레임을 부각할 예정이고, 여당은 야당이 반발하고 있는 ‘더 센 특검법’에서 양보할 의사가 없어 이 대통령의 통합 의지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8일 오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 대표와 함께 오찬 회동을 한다. 오찬 후에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 간 단독 회담이 이어질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국회와의 소통을 끊임없이 강조해 온 만큼 야당의 요구를 충분히 들어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7일 “장 대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들어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야당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주로 이야기할 것이고, 대통령께서는 통합을 위해 애써 달라고 부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도 “의제 없이 대화하기로 했다는 것은 서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겠다는 의미”라며 “야당은 특검 얘기를 주로 할 테지만, 특검은 대통령이 간섭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민생 의제와 함께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해 달라고 강하게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휴일인 이날 내부 비공개회의를 통해 단독회담 최종 의제를 선별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우리는 민생의제를 논의하고 싶다”면서도 “지금 여당이 야당과 마주 앉으려고도 하지 않고, 내란 정당이라며 해산시켜버리겠다고 나오는 마당에 어떻게 민생 의제만 논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더 센 특검법’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 등을 ‘야당 탄압’으로 규정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 대표는 해당 법안에 대해 당정 간 이견이 있다고 보고, 이 대통령의 분명한 태도를 촉구할 계획이다. 나아가 이 대통령의 역할론을 부각하며 ‘여야정 국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더 센 특검법’ 처리 방침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법 개정안을 이르면 오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도 9일 본회의에 보고돼 10~12일 표결이 예고돼 있다.
최승욱 송경모 정우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