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검찰개혁 입법에 따라 검찰의 고용노동부 수사지휘권이 폐지될 예정이다. 노동부 감독관들의 수사 자율성이 높아지고 중대재해처벌법 처리 지연 등의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다. 다만 노동부 감독관들의 수사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데다 이들의 수사 부담이 커지는 문제는 풀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검찰정상화특별위원회 관계자는 7일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것이 이번 개혁의 핵심 중 하나”라며 “노동부 근로·산업안전감독관도 독자적 수사 권한을 확보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는 노동부 감독관들이 검사들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한 노동부 지방 관서장은 “그간 노동 사건 수사가 검사에게 ‘숙제 검사받듯’ 진행됐다”며 “검사가 원하는 방향이 나올 때까지 반복 지휘가 이어져 범죄 혐의 인지 후 1~2년 지나도록 입건조차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노동부 수사 독립이 이뤄지면 ‘수사·송치(노동부)→기소 여부 판단(검찰)’으로 절차가 단순화되면서 사건 처리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2022년) 이후 발생한 전체 1252건 중 917건(73%)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지나친 수사 지연이 법 취지 실현의 가장 큰 장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전남 화순에서 20대 삼성전자 에어컨 설치기사가 사망한 사건을 수사한 노동부는 애초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쪽에서 불기소 송치를 압박했고, 결국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삼성전자·하청업체 대표 등 회사 관계자들을 무혐의 처분했다.
위 사례처럼 검찰의 조사 개입은 크게 줄어들겠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만만치 않다. 한 노동부 감독관은 “노동부 감독관들은 수사나 형사법 관련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검찰과의 협업을 통해 (부족한 점을) 보완해 왔다”며 “감독관들의 수사 전문성 강화는 숙제”라고 말했다. 향후 검찰의 전반적인 법리 검토 기능이 사실상 사라지는 만큼 재판 단계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차원의 별도 논의 없이 검찰개혁의 ‘부수적 효과’로 노동부 수사 독립이 이뤄지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노동부 관계자는 “세부 입법 과정을 예의주시하며 어떤 대비가 필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